[6·2 지방선거] 장애인 참정권 행사 ‘장애’
입력 2010-05-31 18:45
6·2 지방선거는 2008년 4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뒤 처음 치러지는 전국 규모의 선거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선거 공보물을 배포하지 않은 후보들이 적지 않아 장애인 유권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2010지방선거장애인연대는 전국 16개 시장·도지사 후보 55명의 점자형 공보물 제작 현황을 조사해 31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선거 홍보물을 만들면서 점자형 공보물을 따로 만들지 않은 후보는 9명(16%)에 달했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미래연합 석종현 후보를 비롯, 민주당 김정길 부산시장 후보, 평화민주당 백석두 인천시장 후보, 진보신당 노옥희 울산시장 후보 등이 점자형 없이 일반 책자형으로만 선거 공보물을 만들었다.
연구소는 점자 홍보물이 선거 득표율에 관계없이 국가가 제작비를 전액 지원하는데도 불구하고 선관위가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점자형 공보물이 제대로 제작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점자 홍보물을 만들지 않은 한 후보의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점자 홍보물 제작을 국가가 지원하는지 몰랐다. 선관위의 홍보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또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점자형 공보물의 면수에 제한이 생겨 시각장애인의 참정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점자형 선거공보는 책자형 선거공보에 게재된 내용을 줄이거나 그 내용과 동일하게 작성해야 한다’는 65조 4항이 ‘책자형 선거공보의 면수 이내에서 작성해야 한다’로 개정됐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분량이 필요한 점자형 공보물의 내용이 부실해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점자형 공보물이 일반 책자형 공보물의 내용을 얼마나 반영하는지 보여주는 ‘점역비율’은 진보신당과 무소속 후보 측을 제외하면 모두 50%를 밑돌았다.
연구소는 지난 2월부터 경북점자도서관 등 전국 장애인단체들과 함께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소는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점자공보 부족에 따른 시각장애인의 참정권 제한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할 방침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