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對北 1차 조치 일단락… 다시 중도실용 ‘천안함’ 숨고르기

입력 2010-05-31 18:32

청와대가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두 달 이상 계속되고 있는 ‘천안함 정국’으로 이명박 정부의 성향이 너무 오른쪽에 치우친 인상을 주고 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3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중도실용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고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자칫 천안함 사태로 우리의 중도실용 기조가 흔들리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국제사회에 원칙과 비전을 제시하면서도 국정 운영 과정에서 중도실용 정책이 확고히 유지되도록 힘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국가 정체성을 더욱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곁들였으나 핵심은 중도실용 강조였다.



중도실용 노선은 이 대통령 지지율 50%의 1등 공신이었다. 촛불시위로 추락했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해 6월 중도실용 노선을 내걸면서 상승으로 반전했다. 2007년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중도층이 돌아왔다는 분석이 나왔다. 천안함 사태는 본질적으로 우파적 사안이다. ‘단호한 대응’이 불가피했고, 북한과의 갈등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무한정 긴장 상태를 유지할 수는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천안함과는 별도로 민생과 경제 등 현안이 많다”며 “이제 실용을 가치관으로 하는 정상 궤도로 올라설 때가 됐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1차 조치들은 상당수 마무리됐다는 인식도 배경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천안함 진상조사 결과 발표 이후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주재, 24일 대국민 담화, 26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접견, 28일 한·중 양자회담, 29∼30 한·일·중 정상회의까지 소화했다. 중간중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과도 통화했다. 이를 통해 상당한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는 게 청와대의 평가다. 이후 유엔 안보리 회부, 대북 지원 중단, 군 개혁 추진 등은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다. 천안함 정국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정국으로 복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남북 간 갈등이 ‘행동 대 행동’으로 확산되지 않고 ‘말 대 말’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서도 이런 기조를 엿볼 수 있다. 최소한의 관리는 이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목됐던 대북 심리전 재개도 연기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술적인 이유만으로 연기되는 것은 아니다”며 “적절한 시점을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행보다는 북한의 대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탄력적으로 움직이겠다는 의미다. 개성공단과 관련해서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남과 북 모두 문을 닫고 싶지 않은 것 아니냐”며 “현재 남북이 긴장을 고조시켜 가는 상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