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중 정상회의’ 전문가 진단… “中 시종일관 모호한 태도, 한·중 이해 폭은 넓어져”
입력 2010-05-31 18:34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김흥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천안함 사태를 집중 논의한 한·일·중 정상회의 성과에 대해 한반도 전문가들은 다양한 평가를 내놓았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모호하고 중의적인 표현으로 일관해 중국의 의미 있는 입장 전환을 이끌어냈다고 하기에는 무리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북한 입장만 귀담아 듣던 중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설명을 경청하며 한·중 간 이해의 폭이 넓어진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원 총리가 한국에 와서 “사태의 시시비비를 가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해 입장을 결정하겠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중국은 책임 있는 국가” 등의 발언을 했다. 이번 발언은 한·일 정상이 압박하는 와중에 나온 말이다. 외교적 수사일 뿐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시종일관 중립적이고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중국은 근본적으로 북한 내부가 붕괴되는 데에 큰 부담을 갖고 있다. 북한 불안정성에 대한 부담은 변함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불안정성을 증대시키는 쪽으로 천안함 국면을 끌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도 중국의 이런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북 심리전 시기를 미루는 일련의 숨고르기는 중국의 요청을 받아들인 결과일 수도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한반도에서 긴장이 증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중국이 한국 입장을 최대치로 고려한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기권을 하거나 소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3국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인식을 좀 더 명확하게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남과 북이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 총리 방한 이전까지 중국은 북한의 입장을 주로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천안함 설명 등으로 한·중 간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중국은 한반도 안정을 이유로 북한을 심하게 몰아붙이는 제재는 피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도출하려 애쓸 것이다. 중국이 지속적으로 얘기한 바와 같이 절제된 대응기조를 유지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한국이나 미국, 일본이 원하는 전방위적 제재는 반대할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한·일·중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청와대가 진전의 근거로 보는 여러 가지 발언들, 예를 들어 ‘시시비비’ ‘책임 있는 국가’ 등은 다 중의적 표현이고, 외교적 수사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한다. 원 총리가 가장 방점을 찍은 것은 한반도 평화, 충돌방지, 안정화 등이다. 그동안 중국이 고수했던 역할인 ‘동북아 균형자’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달라진 게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를 통한 국제공조, 이를 통한 대북압박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김흥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중국은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실체적 사실에 대해 아직 확신이 안서 있는 듯 보인다. 중국 지도부가 결론을 내리는 데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 정부는 참을성을 갖고 중국 측에 결정적인 증거들을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원 총리가 “시시비비를 가려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한 발언은 상당히 긍정적인 사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만약 책임져야 할 쪽이 분명히 정해지면 남이든, 북이든 분명히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그런 차원에서 31일 방한해 우리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를 검증하는 작업을 벌이게 되는 러시아의 전문가 조사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러시아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의 조사결과가 객관적이고 타당했다는 평가를 내린다면 중국으로서는 상당한 압박을 느낄 것이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