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님! 나가계시죠” 금통위 금리 의결때 재정부 차관 퇴실
입력 2010-05-31 18:28
6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부터는 기획재정부 차관이 퇴실한 뒤 금융통화위원들이 금리를 결정하게 된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침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정부의 금통위 열석발언권 행사 방식이 변경되는 것. 하지만 열석발언권 행사가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도입된 비상수단의 성격이 강한데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최국이라는 국격에 맞지 않는 측면이 강한 만큼 정부의 금통위 열석발언권 행사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31일 “정부와 한은은 재정차관의 금통위 열석발언권 제도의 취지를 살려 긴밀한 의사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양 기관이 협의를 통해 현행 열석 발언 방식을 개선하기로 했다”며 “이는 6월 금통위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그러나 차관의 열석발언권 행사 자체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정경제부는 올해 1월부터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 의결기구인 금통위에 참석해 열석발언권을 행사해오고 있다.
변경된 금통위 운영 방식에 따르면 우선 금통위가 열리면 먼저 금통위 실장이 전날 열렸던 동향보고회의 내용을 요약 보고한 뒤 논의를 하게 된다.
이어 재정부 차관이 열석발언권을 행사해 발언하고 토의가 이뤄지고 나서 퇴실하면 금통위원들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기존에는 전날 동향보고회의가 열리고 금통위 당일에는 금통위원들이 통화정책 방향 관련 입장 개진 및 금리 표결이 끝나고 나서 재정부 차관이 열석발언권을 행사해왔다.
일단 재정부 차관이 빠진 상태에서 금리결정이 이뤄짐에 따라 향후 금통위원들은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금리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일부 금통위원들은 재정부 차관이 금통위 의결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데 대해 김중수 한은 총재에게 문제 제기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는 “한은법에 열석발언권이 도입됐을 때는 급박한 경제상황이나 정부가 한은과의 긴급한 의사조율이 필요한 경우 등 비상시로 권한 행사로 한정했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며 “이번 발언권 행사 방식 변경은 긍정적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열석발언권 행사를 자제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열석발언권이 일상화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은 노조 관계자는 “그전보다 좀 더 나아졌다고 볼 수 있겠지만 원천적으로 참석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정말로 중앙은행 위상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금통위에 참석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열석발언권이란 정부 관계자가 기준금리 등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장에 참석해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한국은행법 제91조에 ‘기획재정부 차관 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열석해 발언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배병우 김아진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