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허점 보였지만 정신 차리고 필승!… 본선 첫 상대 그리스전 시나리오

입력 2010-05-31 20:45


‘째깍 째깍 째깍∼.’

남아공월드컵 개막(11일·이하 한국시간)이 열흘 남았다.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 킥오프 순간(12일 오후 8시30분)도 초침처럼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4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야 돌아오는 월드컵인데, 대회 개막만 코 앞에 두면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간다.

2007년 12월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 ‘독배(毒杯)’위에 올라탄 허정무(55) 감독은 정확히 2년 반 만에 월드컵 ‘번지 점프대’ 위에 섰다. 점프의 결과는 행복할 수도,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벨라루스전 졸전을 교훈 삼아 마음을 다잡은 태극전사들의 남아공 도전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양박-쌍용이 그리스전 베스트 11 중추=한국의 그리스전 키워드는 필승이다. 비겨도 안 된다. 무조건 이겨야 16강 진출이 가능하다. 남은 2, 3차전을 생각해 좌고우면할 여유도 없다.

그리스전은 허정무호 주축 전형인 4-4-2로 시작된다. 투톱은 박주영(AS모나코)-염기훈(수원)이 유력하다. 지난 30일 벨라루스전에서 좋은 활약이 없었던 이근호(이와타)보다는 염기훈의 선발 기용 가능성이 높다. 안정환(다롄)은 후반 조커이고, 이승렬(서울)은 월드컵 1차전이라는 막중한 경기를 맡기기엔 경험이 모자라 일단 벤치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부상 회복 중인 이동국(전북)은 1일 발표되는 최종엔트리(23명)에 들더라도 1차전 그리스전은 무조건 못 뛴다.

미드필더는 왼쪽부터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김정우(광주)-기성용(셀틱)-이청용(볼턴)이 출격한다. 허정무 축구가 내세우는 최대 강점이 박지성-이청용을 축으로 한 미드필더진이다. 그간 여러 차례 평가전에서 선발 호흡을 맞춰온 이들 4명의 활약이 그리스전 승패를 좌우한다.

포백 수비라인은 이영표(알 힐랄)-조용형(제주)-이정수(가시마)-차두리(프라이부르크)가 왼쪽부터 차례로 배치된다. 중앙수비수 곽태휘(교토)는 벨라루스전 부상(왼쪽 무릎 4주 진단)으로 남아공행 열차에서 내렸다.

첫 경기 그리스전의 부담감을 감안할 때 월드컵 네 번째 출전인 경험 많은 이운재(수원)가 골키퍼 장갑을 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전 후반 중반까지 1-0 리드하면 성공=한국은 전반 선제골이 중요하다. 앞선 스코어로 후반을 시작해야 남은 45분을 적절히 관리해가며 그리스전 승점 3을 확실히 챙길 수 있다.

허정무호가 전반에 선제골을 넣어 승기를 잡으면 후반엔 수비를 다소 두텁게 하는 4-2-3-1 전형으로 바뀐다. 4-2-3-1은 중앙공격수 1명을 줄이는 대신 미드필더 1명을 늘리는, 지키는 축구쪽으로 무게 중심 이동이 가능한 전술이다. 이렇게 되면 박주영이 원톱으로 남고, 박지성 이청용이 좌우 날개를 유지하면서 기성용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온다. 대신 김남일(톰 톰스크)이 새로 투입돼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시스템(더블 볼란테)은 김정우-김남일 체제로 가동된다.

여기까지가 한국이 그리스전 후반 중반 이전까지 1-0으로 앞서는, 허 감독이 바라는 시나리오다. 지난달 24일 한·일전이 그랬다. 전반 6분 박지성이 선제골을 넣어 한 골 앞선 채 후반을 맞았고, 후반 시작과 함께 김남일이 들어가 4-2-3-1 대형을 펼쳤다(한국 2대 0 승리).

그리스전 후반 중반 이후부터는 허 감독의 용병술이 발휘돼야 할 시점이다. 안정환이 ‘원샷 원킬 조커’로 나설 수 있다. 벨라루스전에선 존재감이 부족했지만 안정환은 단 한 번의 찬스를 득점으로 연결해 경기 흐름을 바꾸라는 임무를 맡게 된다. 한 경기에 3명까지 선수를 바꿀 수 있으므로 일부 미드필더 또는 좌우 윙백 정도에서 교체가 가능하다.

허정무호는 4일 스페인과의 마지막 평가전(오전 1시)에서 그리스전 베스트 11로 나선다. 조별리그 2차전 아르헨티나, 3차전 나이지리아전은 그리스전 결과에 따라 선발 라인업에 약간의 신축성이 가능하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