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통도둑 극성 양봉농가 속탄다… 춘천·소양강댐 인근 피해 많아
입력 2010-05-31 21:58
본격적인 꿀 채취 기간을 앞두고 강원도 내 토종꿀 생산지에서 벌통을 통째로 훔쳐가는 꿀 도둑이 극성을 부려 양봉농가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9년째 춘천시 소양강댐과 청평사 인근에서 토종꿀을 생산하고 있는 이종석(45)씨는 지난 28일 오전 10시쯤 산기슭에 놓아둔 벌통 개수를 확인하다 아연실색했다. 벌통 1개가 통째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인근에 놓아둔 나머지 벌통 11개도 훼손된 채 발견됐다. 이씨는 지난해에도 벌통 5개를 도난당했다. 이씨는 “벌통을 야산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 둘 수밖에 없어 도둑을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면서 “인근 토종꿀 농가에서 도난 피해가 잇따르는 걸로 봐서 전문 절도범이 지역에 설치고 있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춘천시 동면 상걸리에서 토종꿀을 생산하고 있는 박모(42)씨가 벌통을 도난당했고, 지난 10일에는 횡성군 둔내면 일대에 토종꿀 벌통을 놓아둔 곽모(60)씨의 벌통 2개가 사라졌다.
꿀 도둑이 극성을 부리는 것은 벌통을 두는 곳이 대부분 산속 외진 곳이어서 범행이 쉽게 발각되지 않는데다 1통에서 100만∼120만원의 꿀을 채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 양봉인들은 “꿀은 꿀벌과 양봉인들이 1년 내내 노력해 낳은 결과”라며 “올해는 늦추위로 벌이 분봉을 잘 하지 않아 속상한데 도둑까지 기승을 부려 마음이 무겁다”고 입을 모았다.
벌통이 없어지는 사례가 잇따르자 일부 양봉인들은 벌통 주변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지역이 넓고 비용 부담이 커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벌의 행태와 벌통의 위치를 알고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전문가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면서 “현장조사를 거쳐 피해 실태를 파악한 후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춘천=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