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김정은을 둘러싼 斷想
입력 2010-05-31 18:00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루마니아 국가평의회 의장(대통령)을 네 번 연임하면서 18년간 온갖 악행을 저지르다 1989년 처형됐다. 북한 김정일에게 차우셰스쿠의 말로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김정일이 아버지 김일성에 이어 아들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을 서두르는 것에도 김씨 일가(一家)가 차우셰스쿠처럼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것을 막아보려는 의도가 있을 듯하다. 한국전쟁에다 천안함 폭침까지 엄청난 죄를 지었으니 후환이 두렵기도 할 것이다.
김정은은 어떤 성품의 소유자일까. 올해 28세임에도 자신에 대한 우상화 조치들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는 점으로 볼 때 김정일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지난 1월 8일 김정은 생일 때 치러진 대규모 행사, 김정은의 오른팔인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수석부부장을 비롯한 장성 100명의 승진 인사, 기념우표 발행 추진, 느닷없는 핵융합반응 성공 주장 등 김정은을 후계자로 만들기 위한 인위적인 치적 쌓기 작업들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김정일 정권은 최근 북한주재 러시아 외교관들에게 김정은을 소개했다고 한다. 중국은 김정일에 이어 누가 권력을 잡든 친중(親中) 정권이면 무방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빠르면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기념일 때 김정은이 공개석상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늦어도 김일성 100년, 김정일 70년이 되는 2012년에는 김정은 후계체제가 구체화될 전망이다. 한 탈북자 전언대로 “피도 안 마른 쬐고만 놈”이 철권통치할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는 김정일과 동명이인이 없다. 김정일이 후계자로 등장하면서 김정일과 이름이 같은 주민들은 이름을 바꿔야 했다. 감히 ‘태양과 같은 영도자’의 이름을 일개 주민이 사용하는 것을 북한 정권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목되면 ‘김정은’이라는 이름을 가진 주민들이 수난을 겪을 것이다. 김정일 때 강제로 이름을 바꾼 주민들이 남성이었다면, 김정은 시대에는 주로 여성들일 것이란 점이 다를 뿐이다. ‘김정은’은 여성 쪽에 가까운 이름이니까.
지금까지 확보된 김정은 사진은 스위스 유학시절 때인 10대 사진뿐이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과 TV 아사히는 특종보도라며 김정은 사진을 내보냈다가 허위로 밝혀져 국제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다른 국가는 몰라도 대한민국 정보기관이 김정은 사진을 아직 입수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 정부는 북한을 더 치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