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중·일 FTA 낮은 단계부터 추진을
입력 2010-05-31 17:48
한·중·일 3국간 협력체제가 구체성을 띠기 시작했다. 30일 막을 내린 정상회의에서 3국은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는 ‘3국 협력 비전 2020’을 채택했다. 아울러 3국 협력을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상설사무국이 내년 중 한국에 설치된다.
그간 3국간 협력 논의는 부차적이고 선언적인 측면이 강했다. 경제공동체를 지향해온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협력노력에 편승해 1997년 ‘ASEAN+한·중·일(3) 정상회의’가 처음 시도된 이래 한·중·일 정상회의는 매년 열렸다. 다만 ASEAN+3 정상회의 기간 중에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는 부차적인 분과 모임에 불과했다.
3국만의 정상회의는 2008년 처음 열렸다. 논의는 여전히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교환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는 3국이 동아시아의 미래를 함께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구체적으로 표명했을 뿐 아니라 세부 실천과제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전과 크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비전 2020’에 담긴 총 41개 항목은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및 경제통합 추구, 기후변화 및 환경보호 협력확대, 인적 교류 증진, 한반도 비핵화 등 정치·경제 이슈는 물론 역내의 현안을 망라하고 있다. 게다가 상설사무국의 존재는 현안에 대한 실천능력을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비록 중국이 정상회의 내내 천안함 사태수습에 소극적인 태도로 임했지만 그것이 3국의 향후 협력적 행보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역내에 정치외교적 난제가 설혹 돌출된다 하더라도 3국간의 협력구도를 강화하자면 긴밀한 경제적 이해관계 구축은 더욱 절실하게 요청되는 사안이다.
이를 위해 한·중·일 FTA만큼 상징적인 것도 없다. 한·일 FTA가 농산물 장벽에 막혀 꼼짝 않고 있고 한국산보다 더 값싼 중국산 농산물의 존재를 감안할 때 한·중·일 FTA는 더더욱 쉽지 않을 터다. 하지만 3국간 낮은 단계의 FTA를 먼저 체결하고 점차적으로 수위를 높여간다면 가능성은 없지 않다. 이번 기회를 통해 3국의 진지하고 솔직한 논의가 구체적인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