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숙한 유권자가 참된 일꾼 가려낸다
입력 2010-05-31 17:48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곧 임기가 끝나는 제7대 서울시의원 106명 중 36.8%인 39명이 금품비리에 연루되거나 교육감 선거 등에서 특정후보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 3명 중 1명꼴로 불명예 퇴진하는 셈이다. 상당수는 지난 2008년 김귀환 서울시의장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한나라당 의원들이다. 김 전 의장이 3500만원을 뿌린 사건에 28명의 시의원이 뇌물수수혐의로 기소됐고 이 중 4명은 시의원직을 잃었다.
어이없는 것은 당시 60만∼100만원의 돈봉투를 수수했지만 선처를 받아 의원직을 간신히 유지한 24명 가운데 16명이 이번 지방선거에 다시 시의원 또는 구청장으로 출마했다는 사실이다. 금품수수 건으로 공천에서 배제한 당의 결정에 아랑곳없이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졌다는 것인데 후안무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의회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광역·기초 지자체 단체장과 의원 가운데도 적지 않은 수가 그동안 뇌물수수 등 각종 불미스런 일에 연루되거나 업무능력 부족으로 주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그런데도 반성은커녕 다시 출마한 후보자들이 눈에 띈다. 이번 선거에선 이런 부적격자들이 더 이상 공직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들을 철저히 걸러내는 것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다행히 최근 ‘제대로 알고 뽑자’는 유권자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보내온 선거공보를 펴놓고 어떤 후보를 찍을지 논의하는 가정이 늘고 있고, 후보들의 면면을 파악하기 어려운 기초 지자체 선거와 관련해선 전과자나 군복무 미필자, 세금 체납자 등을 우선 배제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후보자 간의 공약과 실현 가능성을 세밀히 비교하는 유권자들도 많이 늘었다.
유권자들의 이런 성숙한 태도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견인차다. 국민의 수준이 민주주의의 수준이다. 이젠 더 이상 학연 지연 등에 얽매인 묻지마 식 투표가 횡행해선 안 된다. 누가 진정으로 자신이 사는 지역을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인물인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투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