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Mission-6월의 테마 ‘리더’] 낮은 이들부터 품고 앞서 인도하는 고독자
입력 2010-05-31 17:34
겸손과 섬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가면 가우디가 설계한 ‘성가족교회’가 있습니다. 19세기 후반에 건축을 시작해서 21세기인 오늘에까지 짓고 있습니다. 가우디는 이 교회의 설계에 자신의 신앙고백을 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곡선으로 만드신 것처럼 그러한 사람들이 모여 예배하는 교회는 마땅히 곡선과 부드러움 위에 세워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가족교회에는 딱 떨어지는 직선이나 날카로운 모서리가 없습니다. 때로는 평온하게 때로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곡선이 있을 뿐입니다. 이러한 독특한 구조가 가능했던 것은 그의 특별한 설계과정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천장에 수 백 개의 모래주머니를 매달아 교회의 기본 구조를 잡았습니다. 두 개씩 묶어서 균형을 잡고 무게 중심에 또 다른 모래주머니를 달았습니다. 그리고 서로를 실로 늘어뜨려 연결하기를 반복하였습니다.
교회는 균형이 있어야 하고 서로 연결된 유기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무엇보다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교회는 세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워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우디는 지붕에서부터 바닥에까지 모래주머니들이 매달려 있는 방의 바닥에 거울을 놓아 그 구조가 거꾸로 보이도록 하였습니다. 가장 낮은 것이 가장 높은 자리에 있게 한 것입니다. 이것이 성가족교회의 기초입니다. 그러므로 성가족교회는 지을수록 ‘높아지는’ 건물이 아니라 ‘낮아지는’ 건물이 됩니다. 위로 향하는 건축이 아니라 아래로 향하는 건축이 되는 것입니다. 이 교회는 12개의 탑을 갖고 있는데 그 꼭짓점은 각각 12사도의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사도는 가장 위에서 모두를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아래에서 모두를 떠받치는 사람임을 말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거룩한 가족입니다. 누가 더 높을 수 없습니다. 스스로 더 낮아질 뿐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거룩한 공동체는 이처럼 낮아짐과 섬김으로 세워지는 것입니다. 그 때에 비로소 참으로 높아질 수 있습니다. 교회의 리더십은 아래로 향하는 힘과 권위의 질서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위로 향하는 섬김과 헌신의 사랑 속에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참된 리더십의 역설입니다. 참으로 높아지고자 하면 낮아져야 하고, 섬김을 받으려 하면 누구보다 먼저 섬겨야 하며, 사랑을 받으려면 먼저 사랑해야 합니다. 그러면 하나님이 주시는 리더십이 생깁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권위는 몸을 움직이게 할 수 있지만, 섬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리더가 되신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겸손함으로 섬기신 것입니다. 가장 높은 하늘보좌를 버리고 가장 낮은 마굿간에 오셨고, 그것도 부족해서 십자가를 지심으로 가장 낮은 곳에서 세상 모든 사람을 섬기셨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의 주가 되시어 지극히 높임을 받으시는 것입니다(빌 2:5∼9).
최이우 종교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