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가상 그리스전’…조직력이 무너졌다
입력 2010-05-31 01:25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그리스전(한국시간 6월 12일)을 코 앞에 둔 허정무호가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팀 시스템 붕괴 속에 0대 1로 패했다. 스코어를 떠나 이 정도의 경기력으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 가능할지 실망을 안겨준 게임이었다.
한국은 30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쿠프스타인 소재 쿠프스타인 스타디움에서 남아공 본선 미진출국 벨라루스(FIFA랭킹 82위)와 치른 평가전에서 후반 7분 시아레이 키슬리악(디나모 민스크)에게 결승골을 허용해 0대 1로 무릎을 꿇었다. 키슬리악은 한국 페널티 지역 중앙에서 간결한 땅볼 슛으로 골키퍼 이운재의 오른쪽 골망을 뚫었다.
벨라루스전은 한국의 포지션별(공격수-미드필더-수비수-골키퍼)로 각각의 의미 속에 치러졌다. 우선 공격수 측면에서 허정무호는 최근 평가전 가운데 처음으로 박주영을 중심으로 한 공격 시스템을 가동했다. 그동안 허벅지 부상으로 열외였던 주전 공격수 박주영(AS모나코)은 벨라루스전에 선발 출전해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를 상정한 상황에서 공격을 이끌었다.
박주영과 짝을 이룬 투톱 공격수로 이근호(이와타)가 선발로 나섰다. 이동국(전북) 부상, 염기훈(수원)은 원래 측면 공격수 자원, 이승렬(서울) 경험 부족, 안정환(다롄)은 후반 조커인 상황에서 허 감독은 박주영-이근호 투톱 가능성을 여전히 갖고 있었다.
박주영은 부상에서 거의 회복한 모습이었다. 전반에만 2차례 프리킥을 시도했고, 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들을 압박하는 움직임이 정상 컨디션임을 보여줬다. 이근호는 볼과 멀어 보였다. 공격수의 경우 컨디션이 좋으면 공이 선수를 따라다닌다는 말이 있는데 이근호는 볼을 찾아다녔다. 이근호는 전반 37분 오른쪽에서 올라온 기성용의 프리킥을 헤딩슛으로 연결했으나 크로스바 위를 많이 벗어나 득점 감각에서 회복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미드필더는 유럽파 핵심 3인방 박지성(맨유), 이청용(볼턴), 기성용(셀틱)이 선발 기용됐다. 김정우(성남) 대신 신형민(포항)이 기용됐는데 최종엔트리(23명) 발표를 앞둔 마지막 선수 골라내기 의미였다. 박지성 등 미드필더들의 활약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공수 조율이 매끄럽지 못해 공격 지원, 수비 가담 두 측면 모두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김동진(울산)-조용형(제주)-곽태휘(교토)-차두리(프라이부르크)가 나섰는데 세계 수준급이 아닌 벨라루스에 1골을 허용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실점 장면에서 좀 더 앞으로 적극적으로 치고 나와 패스 자체를 차단하지 못했다.
골키퍼는 최근 2차례 평가전에서 벤치를 지킨 이운재(수원)가 기용됐다. 과거 골이 될 만한 위기를 선방으로 막아내던 활약은 보이지 않았다.
허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이근호를 빼고 염기훈, 김재성(포항), 김남일(톰 톰스크), 안정환을 투입했다. 그래도 경기가 안 풀리자 후반 30분에는 박주영까지 빼고 이승렬을 기용했다. 공격 시스템 전체를 통째로 바꾼 셈이다. 그만큼 공격에서 무기력했고, 무엇보다 골을 만들어가는 연결성이 부족했다.
그리스를 가상해 치른 벨라루스전은 실패작이었다. 경기 내용이 실망스러워 최종엔트리 점검의 변별성이 없었고, 팀 사기 측면에서도 크게 얻은 것이 없었다. 허정무호는 31일 코칭스태프 회의를 거쳐 다음날인 1일 최종엔트리 23명을 발표한다.
이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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