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戰, 美 최장기전 ‘오명’ 눈앞… 탈레반 다시 기세·민간인 오폭 ‘끝없는 수렁’
입력 2010-05-30 19:00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발을 들여놓은 게 다음달 7일이면 정확히 104개월이 된다. 베트남 전쟁 기간을 넘어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으로 기록되는 날이다. 베트남 전쟁은 103개월을 끌었다.
◇새로운 양상의 아프간 전쟁=베트남 전쟁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아프간 전쟁이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프간 주둔 미군 병사 2만4000여명과 매달 67억 달러 규모의 비용은 이미 이라크전(9만2000여명, 매달 55억 달러)을 추월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군 3만명을 더 증강 배치하고, 예산도 300억 달러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7일에도 “우리를 공격하는 극단주의자 네트워크를 해체하는 것은 의심할 수 없이 중요한 임무”라며 아프간 전쟁을 옹호했다.
아프간 전쟁의 또 다른 특징은 미국의 적이 정규군이 아닌 게릴라 테러세력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9·11 테러가 발생한 지 채 한달도 되지 않은 2001년 10월 7일 알카에다 조직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아프간 마자리샤리프에 공습을 시작했다. 전선은 카불과 칸다하르로 확대됐고,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과 물라 오마르는 도피했다. 탈레반도 쫓아냈다. 전황은 손쉽게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전황은 혼란스럽다. 현재 빈 라덴은 행방마저 묘연하고, 칸다하르는 다시 탈레반 점령 아래로 들어갔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지난 2월 대대적인 공세를 펼친 마르자에도 다시 탈레반이 속속 복귀하고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지난달 전면전을 선포하고 19일에는 미군 중심기지인 바그람까지 공격했다. 바그람 기지에는 한국이 운영하는 병원과 지방재건팀(PRT) 사무소가 있다. 우리 파병부대가 주둔할 지역과는 불과 15㎞ 정도 떨어져 있다.
미군의 민간인 오폭도 빈발하고 있다. 지난주엔 민간인 차량행렬을 탈레반 반군으로 오인하고 미사일 공격을 해 민간인 23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했다. 미군은 오폭이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했다.
◇아프간 정부의 ‘이중’ 행보=아프간 정부와의 관계도 수월치 않다. 미국은 아프간 전쟁이 길어지는 이유가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과 측근들의 부패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다. 부패한 정부가 마약 조직과 결탁하면서 민심을 잃어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온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이 부족하다며 더 많은 지원을 요청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알카에다와 비밀리에 휴전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 상원에선 지난달 27일 백악관이 아프간 철군 일정을 제출하도록 하자는 방안이 부결됐다. 하지만 이 방안에 반대한 민주당 의원도 “마음은 급한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