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정상, 체결 중요성 강조 빠른 추진 공감대… 한·중·일 FTA 탄력 받는다
입력 2010-05-30 22:03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FTA를 통한 동아시아 경제통합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3국 정상이 FTA 체결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동안 답보상태를 보여온 한·중, 한·일, 한·중·일 FTA 추진이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여전히 ‘동상이몽’이 많아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릐한·중·일, 투자협정 통해 FTA에 가까이=한·중·일 정상들은 30일 정상회의에서 수개월 내에 2004년부터 논의해온 3국 투자협정(BIT)에 마침표를 찍자는 데 뜻을 함께했다. BIT는 투자여건 개선, 투자확대 및 투자기업 보호 강화 등과 관련된 내용으로 FTA협상에서 일부분을 차지한다. FTA 협상이 본선이라면 BIT 협상은 예선인 셈이다.
때문에 3국간 BIT가 체결되면 이 분야와 관련된 FTA 합의는 마무리된 것으로 볼 수 있어 한·중·일 FTA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3국 정상들이 이달 출범한 한·중·일 FTA 산·관·학 공동연구가 2012년 완료될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정부 관계자는 “3국간 FTA 협상이 국내 경제산업발전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라면서 “높은 수준의 포괄적 FTA를 지향한다는 기본원칙 하에 비슷한 수준의 혜택이 각국에 돌아가도록 협의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릐한·중, 한·일 FTA 추진도 탄력=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과 중국, 일본 양국간 FTA도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한국과 중국은 그동안 FTA의 ‘쟁점’ 분야들의 합의점을 찾기 위해 산·관·학 공동연구를 진행해 왔고, 지난 28일 이를 마무리했다. 이 공동연구는 2007년 시작해 무려 3년2개월가량 걸린데다가 최대 걸림돌로 여겼던 농업분야, 서비스분야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깔끔한 정리가 이뤄지지 않아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원자바오 총리가 방한 중 “한·중 FTA의 정부간 공식 협상이 늦어도 1년 이내에 개시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협상 본격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수년간 지지부진했던 한·일 FTA 추진에도 긍정적 변화조짐이 나타났다. 한·일 FTA 협상은 2003년 시작해 이듬해 11월까지 6차례 진행됐으나 제조업과 농업개방문제, 비관세장벽 해소 등을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4차례에 걸친 협상 재개를 위한 실무협의도 별 진전이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양국이 심의관급이던 실무협의의 대표를 한 단계 격상시키기로 합의함에 따라 한·일 FTA 추진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하지만 FTA 체결까지는 왔던 길만큼 더 가야 한다는 회의론도 있다. 첨예하게 맞서는 이해관계 때문이다. 중국과의 FTA에선 우리나라의 품질경쟁력이 뛰어난 자동차와 전자, 석유화학 등은 수혜를 입는 반면 농수산업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제조업에서 피해를 만회하기 위해 ‘농업부문 개방 확대’를 추가 협상카드로 꺼내들 경우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일본과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등이 현재도 거의 무관세 수준이라 이득을 챙기기 어렵기 때문에 수출증대가 예상되는 농업부문을 파고들 요량이지만 일본이 농업부문 개방에 보수적이라 이 역시 타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