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결코 과다하지 않다” 김중수 총재, 한은법 개정도 재강조

입력 2010-05-30 18:12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결코 지나치게 많은 게 아니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31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는 한은 창립 60주년 국제 콘퍼런스에 앞서 30일 배포한 개회사에서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데도 외화 유동성 부족 사태에 처했던 신흥국이 많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최근 유럽 재정위기에서 신흥시장국은 위기의 원인이 아니었는 데도 심각한 환율 급변동에 시달려야 했다”며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번 위기를 통해 그러한 비판이 근거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그러나 “외환보유액을 얼마나 많이 쌓아야 충분한지는 잘라 말하기 어렵다”며 “대규모 외환보유액 확충은 잠재적인 비용을 수반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외화 유동성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외환보유액만으로는 불충분해 금융안전망 구축 등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 총재는 또 한은법 개정의 당위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거시적 평가와 분석에 전문성을 갖춘 중앙은행이 거시 건전성 규제를 맡을 적임자”라면서 “최근의 위기를 보면 금융 불균형에 대한 중앙은행의 선제적 대응을 강조하는 쪽으로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2788억 달러로 3개월 만에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외환보유액이 지나치게 많은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켰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