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불량國’보다 싸구려 취급… 억울한 한국 증시

입력 2010-05-30 18:16


한국 증시가 싸구려 취급을 받고 있다. 심지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일부 국가들보다도 낮게 평가받고 있다. 눈부신 기업 실적에도 국내 증시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30일 글로벌 금융정보회사 톰슨 로이터스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 MSCI 기준)은 8.70배다.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을 제외하면 2005년 8월(8.37배) 이후 최저치다. 한국 증시가 5∼6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은 심지어 국가 재정위기가 심각한 유럽 국가(PIGS)보다도 낮다. 주가수익비율은 포르투갈 11.73배, 이탈리아 10,10배, 스페인 8,71배 등이다. 선진국 증시(12.30배)보다는 29.2%, 이머징 증시(10.59배)보다는 17.8% 낮은 값에 거래되고 있다.

PER는 현재의 주가를 12개월 후 예상되는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 한국 상장사들의 향후 1년간 EPS 증가율 예상치는 27.23%. 포르투갈(5.52%) 이탈리아(18.87%) 스페인(6.50%) 그리스(7.75%)와는 비교가 안 된다. 한마디로 국내 상장사들의 주가에 기업실적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나대투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남북 대치라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외부 충격에 민감한 경제 변동성이 일차적 문제”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가 흔들릴 때 이를 완충해줄 국내 시장이 협소하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주식에 제값을 쳐주기 어렵게 한다. PIGS 국가들의 경우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덱스) 선진국 지수에 편입돼 있다는 이유로 열악한 경제 환경에도 ‘선진국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증시는 내달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여부가 결정된다.

증시 저평가 해결을 위해선 국내 기관이나 개인들의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 연구원은 “버블이 껴 있긴 했지만 펀드 열풍이 불어 증시투자가 쏟아졌던 2007년 7월에 PER는 역대 최고치인 13.4배까지 올라갔었다”고 말했다.

기업과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교보증권 주상철 투자전략팀장은 “기업들은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하고 증권사들은 기업실적 예측도를 높여 증시에 믿고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