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24시 르포]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 “현장서 24일 25일 민생 탐방”

입력 2010-05-31 01:18


6·2 지방선거를 사흘 앞둔 30일 오후 7시20분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홈플러스 앞 사거리. 한나라당 김문수 경기지사 후보가 흰색 카니발 차량에서 어깨띠를 두른 채 허겁지겁 내렸다. 앞서 동두천 시장에서 가진 거리 인사가 길어지는 바람에 40분이나 늦었다. 의정부시장, 시의원 후보들과 함께 넙죽 큰절을 한 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얘기로 유세를 시작했다. 아내와 함께 장을 나온 박모(57·건설업)씨는 “의정부에서 서울을 관통해서 지방 가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며 “GTX 만든다는 김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원 최모(37)씨는 GTX에 대해 “토목공사는 싫다. 재벌들만 배불려주는 거 아니냐”며 고개를 저었다. 점심을 차 안에서 김밥으로 때웠던 김 후보는 이 지역 한나라당 후보자, 운동원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김 후보는 이들에게 “사자가 토끼를 잡기 전에 방심해서야 되겠느냐”며 “투표함 뚜껑이 열릴 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앞서 그는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에서 있은 수도권 여당 후보 공동기자회견 도중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의 사퇴 소식을 전달받았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문화공원에서 열린 유세에선 유시민 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천안함 침몰 사건을 언급하며 “전 세계가 인정하는 완벽하고 과학적인 증거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두 명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양에서 국회의원을 하고 경기지사로 나온 사람”이라며 “친북 반정부세력을 표로 심판해 달라”고 말했다. 유세를 지켜보던 이모(73)씨가 “잘한다” 소리를 연발했다. 이씨는 “유시민이는 이북 갈 사람 아니냐”며 “김문수도 운동권이기는 했지만 가하고는 다르지”라고 했다. 젊은층 반응은 조금 달랐다. 대학생 유모(24)씨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한나라당 사람이라는 게 좀 그렇다”고 했다.

김 후보는 선거운동을 ‘24박25일 민생탐방’ 방식으로 하고 있다. 그의 차 안에는 구두, 등산화, 운동화 세 켤레와 ‘칙칙’ 뿌리는 구강보호제, 고질적인 변비 때문에 수시로 두유에 타 먹는 청국장 가루까지 없는 게 없다. 다음 유세 지역의 공약 점검도, 아이폰과 DMB를 이용한 뉴스 체크도 모두 차 안에서 이뤄진다.

김 후보는 사실상 ‘무박 25일’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청소년 쉼터, 공장 기숙사, 화물터미널, 마을회관 등에서 숙박하다 보니 잠을 제대로 못 자기 때문이다. 전날 안산공단 내 대덕전자 기숙사에서도 그는 회사 노조위원장 등과 오후 11시50분까지 이야기를 나눈 뒤 새벽 1시20분이 돼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5시50분 기상했으니 4시간 조금 넘게 잔 셈이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오전 9시 안산동산교회에서 1시간30분 동안 예배를 드렸다. 으레 정치인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예배에 참석하지 않거나 담임목사만 만난 뒤 자리를 뜬다. 안산에서 시작해 서울 여의도, 김포, 고양, 동두천, 의정부를 거쳐 잠자리인 가평 마을회관에 도착해서야 이동 거리만 400㎞가 넘는 고된 일정이 끝났다.

고양=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