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번째 미군 전사자 라이히트, 군인 되고팠던 ‘7월4일생’ 두번째 참전 헬만드서 산화
입력 2010-05-30 19:00
아프가니스탄에서 지난 27일 전사한 제이콥 라이히트(24) 미국 해병 하사의 이야기는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은 영화 ‘허트 로커(The Hurt Locker)’를 떠올리게 한다. 전쟁터의 공포 등을 다루고 있다.
라이히트에게 아프가니스탄은 2번째 전장이었다. 텍사스 출신인 그는 늘 군인이 되고 싶어했다. 대학에서 학군단에 합격했지만 한 학기 만에 해병에 자원입대했다. “제이콥은 장교가 되면 책상머리에나 앉아 있지 않을까 걱정하다 최전선으로 가고 싶어 해병에 지원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라이히트는 미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에 태어난 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던 것 같다.
라이히트는 2007년 이라크에 배치받았다. 그가 몰던 지프가 지뢰 위를 지나다 폭발사고를 당한 건 불과 3주 만이었다. 다리가 부러지고 얼굴에도 심한 부상을 입었다. 샌안토니오 육군 병원 침상에서 몸 곳곳에 나사를 박고 빼는 고통스런 치료를 받으면서도, 라이히트는 다시 최전선으로 가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해병대와 국방부에 보냈다. 그의 동생 제시 라이히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형은 언제나 조국을 위한 명예로운 죽음을 원했다”고 말했다.
라이히트는 2년 만에 건강을 회복하고 아프가니스탄 헬만드 지역에 배치받은 지 채 한달도 안돼 다시 지뢰를 밟았다. 미군은 텍사스 힐컨트리의 산악 깊은 곳에 있는 가족의 농장을 찾아가 라이히트의 전사를 통보했다.
라이히트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발을 들여놓은 지 9년 만에 1000번째 전사자였다. 동생 제시는 형이 죽기 9일 전 해병에 지원했다. 그는 “내가 형처럼 해병이 된다는 얘길 (형이) 생전에 들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