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화된 식당 밥값에 우는 학생들… 연세대 총학생회 “학교가 리모델링비 학생에 전가”

입력 2010-05-30 19:03


연세대가 학생식당을 고급화하면서 밥값을 대폭 올려 학생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리모델링 공사비 절반가량을 식당 위탁업체에 떠넘기는 조건으로 학교가 가격 결정권을 내줬기 때문이라고 연세대 총학생회는 불만을 터뜨렸다. 학교 측은 예산이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비싼 밥값에 치솟는 불만=연세대 근처 대흥동 원룸에서 6년째 자취하던 김모(30)씨는 최근 식사가 제공되는 하숙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학생식당에서 3000원 미만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 11월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뒤 밥값이 4000∼5000원대로 인상된 탓이다.

김씨는 30일 “점심과 저녁, 두 차례 밥을 먹으러 하숙집에 다녀오는 것이 번거롭지만 생활비를 아끼려면 어쩔 수 없다”며 “요즘 나처럼 원룸을 나와 하숙집으로 들어가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세대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고시 준비생 조모(27)씨는 요즘 하루 한 끼를 편의점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때운다. 조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자는 말까지 나온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지난 4월 재학생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생 대부분이 비싼 학생식당 밥값에 불만을 표시했다”며 “학교 측과 밥값 인하를 위한 협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학교 공사비 학생에게 전가한 셈=학교 측은 학생식당을 고급화해 학생들에게 양질의 메뉴를 공급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교가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외부 업체인 아워홈으로부터 돈을 받고 식당 메뉴의 가격 결정권을 넘겨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총학생회 황서연(21) 생활협동조합 차장은 “학교가 리모델링 공사비의 55%인 12억3000만원을 아워홈으로부터 받았다”며 “업체가 공사비를 학생들 밥값에 전가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고려대 이화여대 한양대도 학생식당을 위탁 운영하고 있지만 밥값은 3000원 미만으로 저렴하다. 건물 리모델링 공사비를 자체 부담하고 외부 업체에 세를 주는 형태로 식당을 운영해 학교 측이 밥값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연세대는 뒤늦게 업체로부터 받았던 리모델링 비용을 학교 기금으로 돌려주고 밥값을 깎는 방안 등을 강구키로 했다. 연세대 생활협동조합 김민우 기획팀장은 “예산이 부족한 사립학교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웅빈 김수현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