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손님 눈·귀까지 만족시킨다

입력 2010-05-30 18:39


한식 레스토랑 불고기브라더스 전국 19개 매장에는 조도계가 설치돼 있다. 찌개나 냉면, 육수불고기가 잘 나가는 점심시간대에는 80㏓(럭스) 이상의 조도를 유지해 가볍고 밝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등심이나 갈비와 함께 와인이나 전통주를 곁들이는 저녁시간대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느긋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조도를 40∼60㏓로 낮춘다.

후식도 점심시간에는 상쾌한 입가심을 위해 원두를 내린 일반커피가 제공되지만 오후 6시 이후에는 카페인에 민감한 고객을 배려해 카페인 없는 커피를 내놓는다. 계절별로 물도 메밀차, 연잎차, 뽕잎차로 달라진다. 이성훈(32)씨는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잘 못 자는 편인데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배려하는 서비스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롯데리아는 날씨에 따라 매장 음악이 달라진다. 배경음악 서비스 제공업체 ‘플랜티넷’으로부터 당일 날씨를 고려한 음악파일을 받는다. 화창한 날에는 경쾌하고 상큼한 최신가요, 팝, 재즈 중심으로 선곡하고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분위기 있는 조용한 재즈, 발라드, R&B를 주로 튼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매장에 들어섰을 때 흘러나오는 음악은 업체 이미지는 물론 고객의 구매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세심하게 선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테일 서비스(섬세한 서비스)가 경쟁력이다. 특히 외식업계의 디테일 서비스는 시간대별로 차이가 날 정도로 유별나다. 단순히 입맛을 맞추는 수준을 넘어 눈과 귀를 만족시키는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시간대별로 매장 조명과 배경 음악이 바뀌는가 하면 날씨, 장소, 연령대별로 세분화시킨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승부하고 있다.

보광훼미리마트는 고객이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상품 구색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진열대 높이를 1.2m로 제한했다. 물건을 높게 쌓아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눈높이에 맞춘 것이다.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이태원점은 금·토요일 새벽 2시까지 연장 영업을 한다. 주말 저녁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2008년 7월부터 ‘이태원점에서의 특별한 밤’이라는 주제 아래 영업시간을 늘렸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관계자는 “새벽 1시에도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어 심야 쇼핑을 나온 사람들이나 모임을 갖는 고객의 반응이 좋다”며 “저녁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연장 영업 매장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무디킹 여의도, 광화문, 강남시너스, 강남뱅뱅사거리점 등 회사원이 많은 지역 매장은 아침을 거른 직장인을 겨냥해 2시간 빠른 오전 8시 문을 연다. 반대로 코엑스몰점은 ‘심야영화족’을 잡기 위해 새벽 1시까지 불을 켜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음식 맛 하나로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시간과 날씨, 장소에 맞는 세심하고 재미있는 서비스로 고객에게 좀 더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