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 코리아 호암상 수상… 박종삼 회장에 듣는다
입력 2010-05-30 22:54
“전쟁터에서 싹튼 박애주의 60년의 기적”
딱 60년 전이다. 1950년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나 많은 사람이 죽고, 살아 있는 사람들의 삶도 피폐했다. 그 중에서도 부모를 여읜 어린이들과 남편을 잃은 여성들은 더욱 어려웠다. 그들을 돕기 위해 미국인 선교사 밥 피어스와 한경직 목사가 나섰다. 전 세계 100여개국에서 1억여명의 이웃과 함께 활동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은 이렇게 태어났다. 환갑을 맞은 월드비전 코리아가 6월 1일 호암재단이 주는 제20회 호암상 사회봉사부문상을 받는다.
월드비전 코리아 박종삼(74) 회장은 “40년 넘게 도움을 받아오다 91년부터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된 우리나라는 박애주의가 성공한다는 것을 보여 준 사례”라면서 “이 공로를 국내 최고의 신뢰할 만한 기업으로부터 인정받아 더욱 기쁘다”고 30일 소감을 밝혔다.
“월드비전 코리아의 성장은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상부상조 정신에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는 기독교 정신이 합쳐져 이뤄 낸 기적입니다.”
월드비전 코리아는 현재 종합사회복지관 11개, 장애인복지관 1개, 공부방 3개, 사랑의 도시락나무의 집 11개 등을 통해 국내 저소득 가정과 아동들을 돕고 있으며, 세계 52개국에서 지역개발사업과 긴급구호사업을 펼치고 있다. 월드비전 코리아는 20여개국의 지원국 중 지원 규모가 5위다. 또 국내 NGO 중 처음으로 94년부터 북한을 돕기 시작해 현재 씨감자 생산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천안함 사태로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요즘 대북사업에 어려움이 없는지 묻자 박 회장은 “양 뺨 모두 때려도 이 일을 그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씨감자 사업은 굶주리는 어린아이들의 생명을 구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2억원이던 호암상 상금이 올해부터 3억원이 됐다. 박 회장은 “큰돈이지만 쓸 데는 더 많다”면서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보고하겠다”고 했다. 상금이니 그럴 필요가 없지만 그는 “우리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청지기일 뿐이니 어떤 곳에, 어떻게 써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투명하게 보고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2003년부터 회장을 맡아온 그는 “혼자 남한으로 피란 와 ‘거리의 아이’로 전쟁터를 헤맬 때 피어스 목사의 설교를 듣고 용기를 얻었다”면서 “만년에 바로 그 단체의 리더가 돼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어 너무나 고맙고 기쁘다”고 개인적인 소회를 밝혔다. 그는 서울대 치대와 장로교 신학대학을 졸업한 치과의사이자 목사로,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사회사업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얼마든지 편한 생활을 할 수 있었으나 피란 때 했던 ‘목숨만 살려주시면 평생 하나님의 일을 하는 종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18년 동안 무의탁 비행청소년들을 돌보는 등 선교사업을 펼치면서 독신으로 살아왔다. 그는 “밥 짓기, 빨래 청소는 잘하지만 바느질은 힘들고, 아플 때 죽 써 줄 사람이 없는 것은 아쉽다”면서도 “밤마다 천사가 내려와 지켜줘 외롭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