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제의로 회의 시작전 ‘천안함 애도 묵념’… MB, “쎄쎄, 아리가토” 감사
입력 2010-05-30 19:11
제주에서 열린 제3차 한·일·중 정상회의는 처음으로 1박2일간 개최됐다. 1999년에 시작된 3국 정상회의는 처음에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3 정상회의’ 중에 열리다가 2008년부터 별도로 개최됐고, 올해부터는 1박2일로 늘었다. 그만큼 3국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29일 1차 세션에서는 주로 경제협력 문제가 논의됐고, 30일 2차 세션에선 천안함 사태 등 안보 분야가 논의됐다.
1차 세션은 천안함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예정에 없던 행사였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회의를 시작하기 전 “한국의 초계함 침몰 사건으로 46명의 희생자가 나왔다”며 “일본 한국 중국 정상 모두가 애도의 뜻을 표했으면 한다. 묵념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동의하시면 그렇게 하시죠”라고 말했고, 원 총리도 “좋다”고 했다. 3국 정상과 참석자들은 모두 일어나 10초간 묵념한 뒤 회의를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묵념 후 “쎄쎄, 아리가토”라며 양국 총리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2차 세션에서 천안함과 관련한 한반도 평화 구상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동북아시아가 위기를 조성하는 지역이 아니라 평화의 터전이 돼야 한다”며 “그것을 위해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열린 자세로 국제사회에 나와야 한다. 북한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경제를 살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군사적 도발에 대해 (북한은) 재발 방지를 약속할 뿐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북한이 잘못된 길에서 벗어나 바른 길로 가기 위해서는 적당히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일본이 같은 방식의 공격을 받았다면 한국처럼 냉정하고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며, 자위권 발동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총리는 “이 대통령의 동북아 정세에 대한 설명을 아주 주의 깊게 들었다”고 말했다.
토론 전에 가벼운 대화도 있었다. 하토야마 총리는 “집사람이 밖의 경치를 보더니 ‘한국 드라마에서 많이 본 경치’라고 얘기하더라”고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 부인 미유키(幸) 여사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대표적 친한파다. 원 총리의 아침 산책도 화제에 올랐다. 원 총리는 “늦게 자더라도 아침에 가벼운 운동을 하면 정신이 맑아진다. 수십년 동안 해왔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열심히 사는 분들은 아침 습관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세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의장인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 야외 조각공원에서 이후 10년간 3국 협력을 위한 ‘2020 타임캡슐’ 봉인식을 가졌다. 타임캡슐에는 3국 어린이 2020명의 편지가 들어갔고, 정상들은 타임캡슐 옆에 불로장생을 의미하는 수령 30년, 4.5m 크기의 해송을 심었다.
제주=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