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기록보존소’ 법무부 산하 설치 합의… 통일후 北인권침해 형사책임 묻는다
입력 2010-05-30 18:05
북한의 인권침해 범죄에 대한 증거자료를 수집·기록하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법무부 산하에 설치된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북한인권법안이 통과되고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법무부 산하 기구로 설치되면 남북통일 후 북한 내 인권침해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에 따르면 법무부 통일부 행정안전부는 최근 부처 간 협의를 통해 법사위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에 포함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법무부 아래 신설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법사위 관계자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형사소추가 가능하도록 법무부 아래 두는 것으로 부처 간 의견 조율이 끝났으며, 현재 국회 정식 보고만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는 북한인권법안 제10조에 규정돼 있다. 기구 성격과 역할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북한의 각종 인권침해에 대한 광범위한 실태 조사와 증거 수집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인권법안은 북한인권 관련 4개 유사 법안을 통합한 안으로, 지난 2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고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법안 원안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민간 기구인 북한인권재단에 설치하고 북한인권재단을 통일부가 관리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법안 심사 과정에서 민간 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이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운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법무부 반대 의견이 제시됐다. 법무부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북한 인권침해에 대해 형사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증거자료와 인권침해 피해자 구제 조치를 위한 관련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며 “보존소를 법무부 내에 설치하는 별도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관할 부처 문제를 두고 법무부와 통일부 외에 국가인권위원회까지 가세해 각자 소관을 주장하자 법사위는 조율된 안을 낼 것을 요구했고, 결국 부처 간 협의 끝에 법무부 산하에 두기로 결정됐다.
법무부는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독일 통일 전 서독의 ‘중앙기록보존소(Zentrale Erfassungsstelle)’를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모델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독은 1961년 동독 정부가 동서독 간 경계선에 장벽을 설치하고 탈주자에게 총격을 가하자 법무부 산하에 중앙기록보존소를 만들어 동독 정부의 각종 범죄 사례를 기록해 책임자를 처벌하는 근거를 마련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에 대한 정부 부처 간 의견은 조율됐지만 북한인권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진통도 예상된다. 민주당이 북한인권법안에 반대하고 있고, 남북관계 경색 국면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북한의 반발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월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행정기관인 법무부에 둘 경우 내정간섭 등 논란으로 외교적 마찰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