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美현충일 휴가 ‘뒷말’… 알링턴묘지 참배 불참키로

입력 2010-05-30 19:00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31일)에 워싱턴DC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의 연례 참배행사에 가지 않기로 했다. 가족과 연휴를 즐기려는 것 때문이다. 보수 진영이 이를 공격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8일 멕시코만 원유 유출 현장을 들른 뒤 바로 취임 전에 살던 시카고 자택으로 갔다. 가족들과 31일까지 휴가를 즐기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알링턴 국립묘지의 전몰자 추모행사에 불참하는 대신 시카고 근교 엘우드에 있는 에이브러햄 링컨 국립묘지에서 간단히 메모리얼데이 기념식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알링턴 행사에는 조 바이든 부통령이 참석해 헌화하기로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보수 진영은 오바마 대통령을 강하게 공격했다. 폭스뉴스는 메모리얼데이에 국립묘지를 참배하지 않는 건 대통령이 참전용사와 전몰자들을 경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극우 성향 논객 글렌 벡은 지금 미국이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메모리얼데이에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워싱턴DC”라고 비난했다.

보수 진영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상황이 썩 좋지 않은데도 군 최고통수권자가 전몰자 추모행사에 불참하는 건 대통령의 자질은 물론 국정 우선순위가 의심스럽다고 비난하고 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에이브러햄 링컨 국립묘지에서 참배행사를 가질 예정이므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보수층에서 가장 인기 높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재임 8년 중 4차례만 기념식에 참석했고, 조지 H 부시 대통령도 부통령을 대신 보내는 등 공화당 대통령들이 매번 알링턴 추모행사에 참석한 건 아니었다고 사실을 흘리기도 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