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희망, 强小기업-(40) 전기차 전문회사 CT&T] 전동 골프카 ‘씨존’으로 국내시장 평정

입력 2010-05-30 18:54


지난 9일 하와이 호놀룰루는 미국령 편입 112년 만에 최초의 제조업 공장 건설소식으로 떠들썩했다. 한국 전기자동차회사 CT&T(씨티앤티)가 하와이 주정부와 전기차 공장 설립 및 지원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

세계적 관광지 하와이가 공장을 허가한 것은 도색 등이 필요 없는 CT&T의 친환경 생산공정 때문이다. 대중교통시설 부족으로 인구 128만명에 승용차만 100만대에 달해 자동차 폐기물 오염이 심각하고, 휘발유값도 미국 본토에 비해 40% 이상 비싼 점도 전기차를 해결책으로 선택하게 했다.

2004년 3월 설립된 CT&T는 국내보다 오히려 외국에 더 잘 알려져 있다. 충남 당진의 본사·공장·연구소, 서울 반포동 서울사무소, 중국 윈등 공장·연구소 외에도 미국 3개(조지아주 애틀랜타,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하와이), 중국 2개(베이징, 홍콩) 및 네덜란드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현재 국내외 400여명의 임직원들이 주말과 휴일도 잊고 전기차 개발 및 판매에 몰두하고 있다.

전기차 생산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현대·기아, GM대우, 쌍용 등 국내 완성차업체 출신자들이 모여 전기차를 개발하겠다고 하자 정부 관계자로부터 교통흐름에 방해가 되니 운행이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우선 일본, 미국 제품이 주도하던 전동 골프카 개발에 나섰다. 2005년 10월 국내 최초 고유모델 전동 골프카 ‘씨존(c-ZONE)’을 양산했다. 가격 경쟁력이 탁월한 씨존은 단숨에 국내 시장을 휩쓸었다. 현재 시장점유율 70% 가량으로, 지난해 CT&T 매출액(350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8년 5월 축적된 기술력으로 국내 최초 고유모델 전기차 ‘이존(e-ZONE)’을 선보였다. ‘도시형 전기차(City EV)’ 이존은 알루미늄 프레임에 도색 등이 필요 없는 플라스틱 외판을 조립하는 방식이다. 단기간 저비용에 공장 건설이 가능하고 공해 유발요인도 거의 없다는 얘기다. 또 최고 시속 60㎞에 1회 충전으로 최고 110㎞까지 주행할 수 있어 외국의 근거리 전기차(NEV·시속 40㎞ 내외)보다 성능이 좋다. 월 1만원 수준인 저렴한 유지비도 강점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관계법령이 미비해 먼저 해외 시장에 눈길을 돌려야 했다.

2008년 이존은 중국 베이징 올림픽공원 내 전기차로 선정됐고, 지난해 8월엔 일본에 수출되기 시작했다. 올 3월에는 스페인 피코사 그룹과 이존 1만대 공급 MOU를 체결했다. 현재 CT&T가 주문받은 해외물량은 4만대에 달한다. 전기차가 탄소 배출을 저감시키는 현실적 대안인 만큼 러브 콜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생산 및 보급 확대를 위해 북경전기차집단 및 SK에너지와 합작법인 ‘CT&T 북경전기차유한공사’도 설립했다.

CT&T의 글로벌 성장비결은 R.A.S.(Regional Assembly and Sales System)라는 독창적 생산·판매 방식 때문. 수요가 있는 지역에 연산 1만대 단위 소규모 조립시설과 판매망을 구축하는 신개념으로, 별도 딜러를 두지 않아 중간 마진 없이 차량 공급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세계적 시장조사 및 컨설팅회사 프로스트 앤 설리번으로부터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이미 미국 8개주와 계약을 체결한 CT&T는 2013년까지 미국에 약 40개, 유럽 30개, 아시아엔 10여개 R.A.S.를 세운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저속 전기차 도로주행 법적 근거가 마련된 데 이어 하위규정인 자동차관리법시행규칙이 올 3월 말 시행되면서 국내 판매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달 21일에는 이존이 국내 최초로 자동차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55개 조항과 환경부 인증을 모두 통과했다. 미국·유럽보다 기준이 엄격한 만큼 기술력과 품질을 확실히 인정받은 셈이다.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들과 계약도 잇따르고 있다. 전남에 1000대, 당진군에 50대, 서울시에 35대를 공급키로 한 데 이어 조달청에도 700대를 공급하게 됐다.

CT&T는 이존의 판로개척과 인증작업이 마무리돼 가고 있는 만큼 올해 글로벌 판매 2만4000대와 매출 25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내 25인승 전기버스, 4인승 전기택시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영기 대표이사는 “글로벌 전기차 생산네트워크 구축에 박차를 가해 2013년엔 30만대 판매, 3조원 매출의 세계 최대·최고 전기차 회사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