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장종현] 천안함, 위험한 기회
입력 2010-05-30 17:57
천안함 폭발로 비운의 죽음을 맞은 젊은이들을 생각할 때 가슴이 먹먹해 온다. 특히 46명 가운데 한 사람 이상민 병장은 필자가 근무하는 백석대학교의 아들이었다. 온 국민이 애통하며 조국산천이 함께 탄식하였다.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임이 밝혀지면서 이제는 슬픔보다 분노가 우리 마음을 뒤덮고 있다. 한반도의 정세가 갈수록 불안해지면서 주식·환율시장이 요동하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하는 이들도 생기게 되었다.
슬기로운 국민과 지도자들은 이렇게 위험한 때를 기회로 삼을 줄 안다. ‘위기(危機)’는 곧 ‘위험(危險)한 기회(機會)’이기 때문이다. 슬픔과 분노, 두려움과 같은 감정을 넘어 미래를 예측하며 대비하는 것이 우리가 바로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며 조국과 민족의 위대한 비전을 세우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두려움 넘어 미래 비전 세워야
첫째, 이번 사태가 우리의 안보상황을 점검하고 보강하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지난 60년 동안 국지전과 테러를 제외하고 큰 도발과 전투가 없었다. 또한 지난 두 정부가 주도한 대북유화정책으로 인하여 국민들 사이에 안보불감증이 만연되어 있다. 그러다가 천안함 사태를 통하여 우리는 언제든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북한의 무기체계나 훈련이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강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차제에 군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우리의 안보태세를 철통같이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고, 전쟁을 염두에 둔 대비가 전쟁억지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안보 문제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보수와 진보가 협력하여야 한다. 우리 민족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둘째, 천안함 사태가 일어나게 된 더 넓은 배경을 생각하면서, 조국의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청사진을 온 국민이 공유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한반도는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저들의 이익에 따라 휘둘릴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19세기 말 개항(開港) 이후 지금까지 130여 년 동안 우리는 4강의 소용돌이 가운데서 국론이 분열되곤 하였다. 우리와 같은 지정학적 구조 속에서도 온 민족이 단결하여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여 세계사적 사명을 감당하는 나라들이 부럽기만 하다. 각 분야의 지도자들은 우리 민족의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이 땅에 평화와 정의를 정착시키고, 통일조국을 후손에게 물려주려는 혜안과 지도력을 가져야 한다. 크고 작은 사건들에 일희일비하거나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법에서는 차이가 있더라도 큰 틀에서 온 국민이 연합해야 할 것이다.
삶의 가치에 대한 묵상 필요
셋째, 좀 더 근원적인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한미합동군사작전 기간이라 많은 군함들이 있었는 데도, 그 사이를 북한 잠수함이 잠입하여 우리 초계함을 격침시키고 유유히 도주하였다고 한다. 수많은 최첨단 장비가 모두 무용지물이었으며, 밤잠을 안자고 지키던 초계병들도 자기 배 밑에서 터지는 어뢰를 감지할 수 없었다. 과연 우리 인간의 문제를 인간이 다 알고 해결할 수 있을까? 보험을 많이 들어 놓아도 질병을 막을 수 없고, 아무리 지혜가 많은 사람이라 해도 잠시 후에 일어날 자신의 미래를 알지 못하며, 아무리 많은 염려를 해도 자신의 삶을 한 시간도 늘릴 수 없다.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보아라”(전도서 7:14)는 성경의 말씀이 가슴 깊숙이 와 닿는다. 바쁜 일상이지만, 시간을 내어 인간의 한계를 묵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사는 것과 죽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사는 것이 짧은 생을 가치 있게 사는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장종현 학교법인 백석대 설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