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마른 병어, 입맛만 다실판… 어획량 격감 값 치솟아

입력 2010-05-30 19:15

본격 조업시기를 맞은 병어가 금값이다. 어족자원 고갈과 이상기온으로 병어가 서해안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어획량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국내 최대 어판장인 전남 신안수협에 따르면 임자·비금 해역에서 200여 척의 어선이 병어잡이에 나서고 있으나 2∼3일 조업에 5상자 안팎의 소량을 잡는데 그치고 있다.

그나마 그물에 걸린 병어도 1상자에 40마리가 들어가는 작은 크기가 대부분으로 상품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신안수협 송도어판장의 경우 지난해 이맘 때 하루 평균 1000∼2000상자의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으나 요즘은 300여 상자에 머물고 있다.

이로 인해 병어 가격도 크게 올라 20마리 들이 한 상자가 지난해보다 12만원 이상 인상된 최고 33만원까지 치솟았다.

병어는 뼈째 썰어 회로 먹거나 감자와 조려 먹을 경우 사라진 입맛을 되살리는 ‘초여름 별미’로 손꼽힌다.

그러나 올해는 병어의 씨가 마르면서 미식가들의 입맛만 다시게 하고 있다.

신안군은 다음 달 12일부터 이틀간 지도읍에서 병어축제를 열기로 했으나 이같은 어획량 부진으로 축제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신안 해역에서는 그동안 매년 5∼8월에 300여명의 어민이 60t 정도의 병어를 잡아 60억원의 소득을 올려왔다.

병어는 세포의 산화를 막아 오염된 폐를 보호하고, 노화의 주범인 과산화 지질의 형성을 억제하는 비타민E 성분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안수협 북부지점 남희현 판매과장은 “병어가 한창 잡힐 시기에도 자취를 감춰 어민들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며 “냉동과 수입병어 물량도 부족해 올해 병어맛을 보기 힘들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