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 제자리 걸음… 세계선수권 예상밖 부진 세대교체 거론

입력 2010-05-30 19:10

한국탁구의 목표는 항상 중국이었다. 국제무대서도 중국을 위협할 국가군 가운데 한국이 선두주자로 인식돼 왔다. 이번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단체전)을 앞둔 태릉선수촌 훈련도 중국격파에 초점이 모아졌다. 여자팀은 중국선수를 섭외해 모의 훈련까지 가졌다.

하지만 뜻밖의 복병이 발목을 잡았다. 남자대표팀은 29일(한국시간) 열린 4강전에서 독일에게 1대3으로 져 3회 연속 결승진출이 좌절됐다. 독일은 세계랭킹 3위 티모 볼이 한국의 유승민(17위·삼성생명)을 첫 단식부터 잡는 등 기량과 파워에서 한국의 우위에 있었다. 여자대표팀은 일본과의 8강전에서 4시간55분의 접전끝에 2대3으로 진 뒤 5-6위전에서 홍콩에 승리해 5위에 랭크됐다. 한국은 일본전에서 김경아(33·대한항공)가 두 단식을 모두 잡으며 맞섰지만 마지막 5단식에서 박미영(29·삼성생명)이 세계 8위 후쿠하라 아이짱에 져 4강에도 못들었다. 여자탁구는 2004년 카타르 도하 대회를 마지막으로 세계선수권대회서 3회 연속 4강진입에 실패했다. 결승에 오른 것은 1995년 중국 톈진대회가 마지막이다.

한국탁구가 위기다. 우리가 제자리 걸음을 하는 사이 독일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이 무섭게 추격해왔다. 이제는 최강 중국과 결승에서 만나고 싶어도 그것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의 대표팀으로는 11월 아시안게임, 2012런던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어렵다는 탁구계의 중론이다. 남녀 대표팀 주전 3명은 33세의 오상은(KT&G) 김경아를 비롯, 평균 30세다. 위기 타개책으로 세대교체가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남자는 당장 세대교체를 해도 될 만큼 자원이 풍부하다. 이번 대회 대표팀에 발탁된 정영식(대우증권)을 필두로 서현덕(19) 이상수(20·이상 삼성생명) 김민석(19·KT&G)이 포진해있다. 모두 20세 전후의 약관들로 향후 10년간 한국탁구를 이끌어갈 재목이다. 중국도 최근 마룽(20), 장지커(22), 쉬신(20) 등 비슷한 나이의 신예들로 세대교체를 단행해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여자는 뾰죽한 대안이 없어보인다. 문현정(26·삼성생명) 석하정(29) 박성혜(24·이상 대한항공)가 있지만 연령층을 더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선족 출신의 강미순(17·대우증권)과 양하은(16·군포 흥진고)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양하은은 국제탁구연맹(ITTF)이 “중국선수를 이기고 챔피언에 오를 재목”으로 꼽을 만큼 기대를 한몸에 모으고 있다. 하지만 당장 차세대 주자들이 현 대표선수를 대체하기에는 실력이 모자란다. 현정화 여자대표팀 감독이 인위적인 세대교체를 반대하는 이유다. 대한탁구협회의 고민은 이제부터다.

모스크바=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