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격전지 르포] 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 후보… 盧 상징 노란점퍼 차림 “MB정권 심판을”
입력 2010-05-28 18:36
28일 오전 9시30분 충남 보령시 경남사거리. 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 후보는 유세차량에 올라서기 전 100여명의 시민들 손을 바쁘게 붙잡았다.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116일간 충남 16개 시·군을 3∼4차례 돌았고, 전날 발표된 방송 3사 여론조사에서도 1위였지만 마음이 급한 모습이었다. 무응답층이 30%나 되는 이 지역 표심을 감안해 한 명이라도 더 만나야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연단에 선 안 후보의 표정은 단호했고 메시지는 명쾌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점퍼를 입은 그는 “전직 대통령을 모욕주고 죽음으로 내몬 비열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해 달라. 안희정의 승리로 노 전 대통령은 복권됐다고 역사는 기록할 것”이라고 외쳤다.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어 “지난 50년 김종필 시대는 끝났다. 영남이든 호남이든 센 쪽에 붙을 수밖에 없었던 비애의 역사를 끝내겠다”며 “지역 연고에 매달리는 낡은 정치로는 영원한 3등밖에 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이자, “잘한다”는 맞장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세를 유심히 지켜보던 김성동(47)씨는 “진짜 남자”라며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중앙시장 상인 노춘자(57)씨는 “TV토론도 잘하고, 눈에 힘이 들어가 있어 정말 좋다”며 유세를 마치고 거리 인사에 나선 안 후보를 꼭 껴안아준다. 그제서야 안 후보의 표정이 활짝 펴졌다.
5일장이 섰던 보령과 달리 청양문화원 앞 십자로 거리 유세는 안 후보가 등장하기 전까지 인파가 너무 적어 한산했다. 주민들도 보령과 마찬가지로 좀체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청양시장 상인 김희숙(63·여)씨는 지지 후보를 묻자 “몰러유”라며 답변을 피했다. “속으로는 지지후보를 결정하셨죠”라고 묻자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그러나 안 후보의 유세가 시작되자 차량을 멈추고 손을 흔들어주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고, 거리 인사 때는 팬을 자처하는 20대 여성 여러 명이 사진찍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예쁘네”하며 안 후보를 쓰다듬어 주는 한 노인에게 그는 “좋은 정치로 효도하겠다”고 인사했다. 홍성 복개주차장 앞 유세도 비슷한 풍경이 반복됐다. 약 300㎞를 강행군한 안 후보의 마지막 유세는 천안. 배우 문성근씨가 가세한 천안 거리 유세는 퇴근 인파가 몰리면서 뜨거운 열기 속에 마무리됐다.
천안=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