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깡패’ 첫 무더기 입건… 경찰, 상가분양권 분쟁 개입 조폭 등 90여명 검거
입력 2010-05-28 18:44
‘용역깡패’는 있었다. 재개발 지역 등 분규 현장을 전전하며 이권에 개입하는 전문 용역꾼. 의혹만 무성했던 이들의 실체가 확인됐다. 용역경비업을 양성화한 현행법이 규정한 것과 달리 현실에서는 조직폭력배나 이익단체 회원이 경비요원의 탈을 쓰고 조직적으로 동원될 소지가 다분했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28일 상가 분양 과정에서 100여명을 이끌고 난동을 부린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폭력조직 ‘신당동식구파’ 행동대장 우모(39)씨 등 4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이들이 동원한 폭력배와 신체장애인협회, 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 8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무력 소동을 사주한 혐의로 분양사업 시행사 대표 남모(49)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서울 황학동 주상복합건물 ‘롯데캐슬 베네치아 메가몰’에서 점포와 재개발조합 사무실을 점거한 채 기물을 부수고 조합원을 협박한 혐의다. 조합에 분양 사업권을 빼앗긴 남씨가 상가 관리권 등 각종 사업권을 조건으로 내걸고 폭력조직과 이익단체를 끌어들였다.
남씨가 동원한 100여명은 대부분 용역경비원을 가장해 각종 이권 다툼에 전문적으로 개입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신원이 확인돼 불구속 입건된 86명은 대부분 지난해 5월 서울 잠원동 리버사이드 호텔 분쟁에 투입돼 각목과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점포 운영권을 놓고 전·현 소유주끼리 싸운 사건이었다. 이들은 서울 도봉사 폭행·불법점거, 인천 주안동 쇼핑몰 집단폭력 사건에도 동원됐다.
그동안 용역경비원은 인상이 험악하고 언행이 거칠어 폭력사태를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들은 주로 검은 정장 차림이어서 조직폭력배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경비업법에 근거해 경찰의 허가를 받고 운영하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라고 업체 관계자들은 말한다.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도 재개발 공청회처럼 충돌이 예상되는 행사에 용역경비원을 불러 ‘용역깡패 동원’ 논란을 빚었다.
경비업체의 설립과 자격 등을 규정한 경비업법은 전과자가 경비업체를 세우거나 경비원으로 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업체는 경비원을 외부 행사에 보낼 때 명단을 경찰에 제출해 결격 사유가 없는지 확인받아야 한다.
하지만 폭력조직이 업체를 세우거나 업체가 폭력배를 동원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 폭력조직 관계자라도 전과가 없는 사람을 ‘바지 사장’으로 내세우고 업체를 등록할 수 있는 탓이다. 경찰은 업체가 명단에 없는 폭력배를 현장에 동원해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 업체는 자체적으로 전과 내력을 조회할 방법이 없다며 전과자를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로 등록만 하면 폭력배를 동원하는 데 거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며 “분규 현장에 나오는 직원은 대개 폭력배로 추정되지만 폭력사태가 없으면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창욱 김수현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