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통령-원자바오 회담] 양자회담 이모저모…자료대며 설명하자 원총리 끄덕끄덕

입력 2010-05-28 22:42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의 단독회담에서 천안함 조사 결과와 관련, 중국어로 된 3쪽 분량의 자료를 제시하며 직접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자료에 있는 북한의 어뢰 수출용 카탈로그와 어뢰 모형도 등을 보여주며 쌍끌이 어선에 의해 발견된 어뢰 스크루와 동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총리는 안경을 벗고 주의를 기울여 자료를 살펴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 총리는 또 이 대통령의 설명을 수긍한다는 의미로 여러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양 정상은 예정된 시간표와 달리 긴 단독회담을 가졌다. 그만큼 할 얘기가 많았던 것으로 추측됐다.

당초 단독회담은 오후 2시45분부터 3시15분까지 30분만 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예정된 시간을 1시간5분 정도 넘겨 4시20분까지 계속됐다. 양 정상은 1시간35분 동안 극소수 배석자만 참석시킨 채 속내 깊은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주로 설명하고 원 총리는 경청하는 방식으로 단독회담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할 말을 다 했다”고 설명했다.

단독회담이 길어지는 바람에 확대정상회담은 오후 4시22분에야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네. 미안하다”면서 중국 대표단 관계자들과 악수하고 자리에 앉았다. 양 정상은 정치적 파장을 의식한 듯 확대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천안함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원 총리 환영 만찬에서 “예정된 시간보다 길게 정상회의를 하면서 남북 관계에 있어서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서 “오늘 정상회의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한국 속담에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이 있다”면서 “그것은 좋을 때나 힘들 때 가장 먼저 빨리 서로 이해하고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좋은 이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원 총리는 “이 대통령과 1시간30분 동안 회담을 했는데 우호적이고 솔직한 분위기에서 심도 있게 진행됐다”고 화답했다.

앞서 원 총리는 오후 2시35분 청와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예정보다 5분 늦은 도착이었다. 이 대통령이 본관 현관 앞에서 직접 맞았다. 차에서 내린 원 총리는 이 대통령과 악수했고, 환영 나온 신용산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볼을 쓰다듬어주기도 했다. 원 총리는 방명록에 간단하게 ‘溫家寶’라고 자신의 이름만 썼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