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통령-원자바오 회담] 원 총리 “한국의 천안함 공동조사 매우 중시한다”
입력 2010-05-29 00:14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설명, 설득에 주력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객관적 조사 결과를 상세히 설명한 다음 북한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원 총리를 설득했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북한이 나쁜 행동을 하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흐지부지되고, 이후 결과적으로 그 나쁜 행동이 보상받는 패턴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총리는 이 대통령의 설명과 설득에 세 가지 메시지로 화답했다. 시시비비를 가려 공정하게 판단해 입장을 결정하겠다는 점, 그 결과에 따라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는 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어떤 행위도 반대하고 규탄한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원 총리의 입장을 ‘기존 중국 입장에서 한 발 진전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원 총리가 밝힌 “국제적인 조사와 이에 대한 각국의 반응을 중시하면서 시시비비를 가려…”라는 표현에 주목했다. 중국을 제외한 세계 주요 국가들은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우리 측 조사 결과를 인정하고 북한을 비판하고 있다. 중국이 국제적인 조사와 각국의 반응을 중시한다는 말은 이러한 북한 비판론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비동맹 국가인 인도도 천안함 조사 결과를 인정하고, 스웨덴도 강력한 북한 비판 성명을 내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또한 “결과에 따라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는 것은 북한의 소행임이 명확해진다면 북한을 비호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역시 한반도 평화에 강조점을 두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진전됐다는 설명이 가능한 대목이다. 우리 정부는 이미 중국에 조사단 파견을 요청했고, 러시아 조사단은 조만간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직까지 중국이 진상조사단을 한국에 보낼지는 명확지 않다. 시간을 끌면서 천안함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릴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 측이 조사단을 보내겠다는 직접적인 의사는 아직 표하지 않았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끊임없는 설득과 국제사회의 대북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을 중국이 무조건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역할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상황도 우리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전통적 동맹 관계인 북한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은 우세하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갖는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대미·대일 관계에서 레버리지로 유용한 북한이라는 카드를 천안함 사태를 이유로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때문에 중국은 반 박자 늦게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면서도 한반도 평화를 강조하며 남과 북의 중재자 역할에 치중할 가능성도 높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박병광 박사는 “중국 외교수사의 전형을 잘 보여주는 중의적 발언”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종전 소극적 입장에서 앞으로는 독자적으로 판단해 시시비비를 가려 움직이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면서도 “그러나 중국이 북한 연루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한국과 미국이 추진하는 제재에 적극 동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남도영 이도경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