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되는 세계 경제 ‘PIGS·북한 변수’
입력 2010-05-28 18:30
시장의 공포는 확실히 잦아들었다. 우리나라 등 신흥국 증시로부터 발 빼기에 급급했던 외국인 투자자도 ‘팔자’에서 ‘사자’로 일부 돌아섰다. 문제는 남유럽 피그스(PIGS) 국가와 북한변수다. PIGS 국가의 거시경제나 한반도 위기가 재발될 경우 줄어든 변동성은 언제든 증폭될 수 있어서다.
◇관광산업으로 본 ‘PIGS’ 국가 경제전망=위기의 시작은 개별국 재정적자이지만 끝은 세계 실물경제 흐름에 달렸다. 우려의 시선이 집중된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4개국의 재정위험 전염과 소멸을 가르는 데 주요국의 출구전략이 관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28일 “남유럽 재정위기가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PIGS 국가가 장기간 부채를 너무 많이 축적해왔다는 것”이라며 “북유럽에 비해 산업경쟁력이 떨어지는 남유럽 경제구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디스도 최근 이들 국가의 관광산업 타격을 거론하며 경기회복 속도가 지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광산업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18%가 넘는 그리스의 경우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거둬들인 수입이 10% 줄어든 데 이어 올해도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스페인도 관광산업 비중이 GDP의 11%에 달한다. 유럽연합(EU) 국가 간 관광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PIGS 국가발 재정위기는 이웃 나라의 조기 재정긴축 전환으로 이어져 소비심리 위축→관광수요 감소→PIGS 재정건전성 회복 지연이라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물론 유로화의 급격한 약세로 EU 이외 국가의 관광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 유럽행 관광수요 지속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유럽 재정위기 장기화 가능성=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경제전망을 통해 PIGS 국가의 거시경제 회복력을 낮게 평가했다. OECD가 전망한 그리스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3.7%, -2.5%였고, 스페인은 올해 -0.2%, 내년 0.9%, 이탈리아는 1.1%, 1.5%, 포르투갈은 1.0%, 0.8%였다. 경기회복보다는 제자리걸음이나 추가 악화를 예상한 셈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남유럽 국가들의 경우 유로화 가입 후 저금리 혜택을 장기간 누리면서 생산투자보다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나 고임금 등 과잉유동성의 폐해가 누적돼왔다”며 “금융위기를 통해 재정건전성이 공통된 고민으로 떠오르면서 재정 분야 출구전략이 본격화될수록 이들 국가의 경기회복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