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원유 유출 “美 최악의 환경 대재앙”

입력 2010-05-28 21:20

미국 과학자들은 멕시코만 원유유출 오염이 1989년 엑손 발데스호 사고를 능가하는 미 역사상 최악의 오염사건이라고 결론지었다. 게다가 올 여름 발생할 허리케인이 멕시코만 안에 갇혀 있던 기름띠를 대서양 동부 연안으로 밀어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피해 규모는 추정 불가의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CNN 등은 거의 하루 종일 원유유출 차단 작업을 생중계하는 등 미 전역이 점차 현실화되는 환경 대재앙에 경악하고 있다.

◇현실화되는 환경 대재앙=과학자들은 원유 유출량이 7200만ℓ로 엑손 발데스호(알래스카 연안에서 발생)의 4200만ℓ를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최대 1억4800만ℓ 정도까지 유출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는 과학자들이 비디오 판독을 근거로 내린 결론으로 하루 유출량은 50만∼100만 갤런(189만~378만ℓ)에 이른다.

영국 석유회사 BP가 유출을 막기 위해 시도한 점토 성분이 높은 액체를 투사, 유출구를 막는 톱킬(Top Kill) 방식 작업도 성공하지 못했다. BP는 24시간 이상 더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미국 해안경비대는 루이지애나 연안으로 접근하는 기름띠를 차단하기 위해 일부 구역에 방파제 역할을 하는 보초도(barrier island)를 설치하는 특단의 대책을 시행키로 했다.

한편 사우스캘리포니아 해양과학대학 연구진은 해저 유정에서 35㎞ 떨어진 지점에서 새로운 기름띠가 발견됐다고 보고했다. 폭이 최소 9.6㎞인 이 기름띠는 해수면 바로 밑에서 해저 1000m까지 분포돼 있다.

◇허리케인 공포=해양 전문가들은 6월부터 시작되는 허리케인이 최악의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 해양대기청(NOAA)은 허리케인이나 열대성 폭풍이 발생하면 유출 원유가 해수면으로 많이 올라오고, 그 범위는 동부 대서양 연안의 노스캐롤라이나주 해테라스만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NOAA 기상예측센터는 6월 1일부터 시작되는 올 시즌에는 다른 해보다 많은 14∼23개의 폭풍이 발생할 것이며, 이 중 8∼14개는 시속 74마일(119㎞) 이상인 허리케인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엑손 발데스호 유출사건 때도 시속 70마일의 폭풍이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악화시켰다.

◇연안 시추계획 전면 취소=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환경론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승인했던 버니지아주 연안의 유전 시추계획을 취소키로 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또 새로운 심해유전에 대한 시추 허가 유예조치를 6개월간 연장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북극해 유전 시추계획도 대통령위원회가 이번 사건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중단되는 등 해저 시추계획이 전면 중단됐다.

사고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정부의 에너지 탐사 감독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유전 허가권을 갖고 있는 내무부 산하 광물관리청장이 사임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