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공장… ‘제2 팍스콘’ 널려있다

입력 2010-05-28 19:10

‘종일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 42만의 로봇인간.’(대만연합보)

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의 공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 및 아이패드 부품 공급업체인 대만 팍스콘사가 운영하는 중국 선전 공장 근로자들의 연쇄 자살기도 사건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27일 새벽에도 후난성 출신 근로자 천모씨가 흉기로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팍스콘의 노동자 자살 13건 중 12건이 집중된 선전 공장은 42만명의 젊은 노동자들이 2교대로 일하며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팟을 비롯한 첨단 전자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팍스콘 노동자들은 감시 카메라와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10시간 작업하는 동안 동료와 이야기조차 나눌 수 없다.

허난 출신의 22세 노동자는 “3년 전 이곳에 온 뒤로 말하는 법을 잊고 지냈다”면서 “감독에게 혼날까봐 일하는 내내 말할 수 없었고 일한 뒤에는 피곤해서 몇 년 동안 같이 산 룸메이트의 이름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자살이 잇따르자 팍스콘 측은 ‘자살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계약에 서명하도록 노동자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 같은 비극이 비단 팍스콘만의 문제일까.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중국 내 공장들이 팍스콘과 같은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내 공장들은 저임금 노동집약적 수출산업에 의존했고 이는 노동착취로 이어졌다. 1980∼90년대 태어난 신세대 농민공(농촌에서 올라온 노동자)들은 가혹한 군대식 관리와 노동 강도, 저임금으로 좌절했다.

미국의 NGO인 국제노동위원회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휴렛팩커드와 마이크로소프트 등에 부품을 제공하고 있는 KYE 공장에 대해 적었다. 노동자들은 15시간 동안 30도의 열기가 있는 공장에서 일했다. 성적 농락, 감독의 굴욕적인 대우도 있었다.

KYE에서 일하는 10대 노동자는 “우리는 죄수와 같았다”면서 “우리의 삶은 없었고, 오직 작업만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권단체 ‘빈곤과의 투쟁’은 중국 내 공장들이 노동자의 인권을 억압하고 저임금과 과도한 근무 등 유사한 근로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장이 이들에게 일자리를 줬지만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는 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궈위화 칭화대 교수 등 9명의 학자들은 지난주 공개서한에서 “기업들이 농민공이라는 이유로 저개발국의 평균 임금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주면서 젊은 노동자들에게 존엄성을 잃은 힘겨운 삶을 강요하고 있다”며 “팍스콘의 연쇄자살은 ‘세계의 공장’과 신세대 농민공들의 미래에 의문을 던지게 한다”고 지적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