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전 방송’ 南北 극도의 신경전
입력 2010-05-28 20:23
남북이 대북 심리전 방송 재개를 둘러싸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북측이 연일 남측에서 심리전 방송을 재개할 경우 방송용 확성기를 조준 격파사격하고 개성공단 출입 인원들의 육로 통행도 차단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남측은 심리전 방송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28일 “심리전 문제와 개성공단의 육로 통행 차단을 연결시키는 것은 북한 논리”라며 “정부는 북한의 위협에 흔들리지 않고 대북 조치를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의 운명을 놓고 남북이 물러설 수 없는 ‘심리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북측이 심리전 방송 재개와 개성공단의 운명을 연계시키자 당장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 30여명은 서울시내 한 사무실에서 긴급 회동을 가졌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북한이 심리전과 개성공단 폐쇄를 연계시키고 있다”며 “31일쯤 청와대 등에 정식으로 호소문을 보내 심리전 자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주기업협회 대표 10여명도 서울 봉래동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 사무실을 찾아 입주기업들의 신변 안전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
이임동 기업협회 사무국장은 “경협보험의 한도액을 늘려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해 달라고 부탁했다”면서 “정부가 개성공단 사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말해 오늘은 심리전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기업협회 측은 여러 차례 정부에 대북 심리전의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천안함 사태 대응 조치의 하나로 24일부터 대북 심리전을 재개했지만 아직까지는 2개의 채널을 통한 FM 방송만 부분적으로 하고 있다. 북한이 위협으로 느끼는 대북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군은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 전광판 설치는 북한의 대응을 봐가며 일정을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리전은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북한군과 주민들의 사상적인 무장을 해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북한은 과거 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설치됐던 우리 측 심리전 수단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었다.
2004년 6월 4일 심리전 전면 중지가 합의된 군사회담을 총괄했던 한 예비역 소장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 군의 심리전”이라며 “심지어 협상대표였던 유영철 대좌는 자유로에 차량에 왜 그리 많이 오가느냐며 자동차 불빛도 부담스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심리전이 재개되면 이번에는 파괴력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북한은 화폐개혁 이후 주민들의 불만이 크게 고조된 상황이기 때문에 전단지나 확성기를 통해 전달되는 한국 소식에 북한 민심이 흔들릴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군은 2004년 심리전이 중단되자 소장이 책임자였던, 민사심리전을 담당하는 합동참모본부의 민심참모부를 지난해 4월 합참 조직개편 때 폐지하고 그 기능은 작전참모부의 정보작전처로 축소 통합했다. 민심참모부 폐지는 심리전이 중지되면서 기능이 상실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대북 심리전은 국방부 소속 국군심리전단이 맡고 있다. 국군심리전단은 지휘 인사 작전 방송 등 8개 부서를 두고 있으며 예하에 심리전 제1, 3중대가 편성돼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