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기자의 건강쪽지] 암 판정, 본인에게 숨기지 마세요

입력 2010-05-28 18:06


한국인에게 암은 정말 무서운 존재입니다. ‘암 진단=사망 선고’란 등식이 성립될 정도입니다. 실제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이 암으로 죽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암 진단 사실을 본인에게 언제, 어떻게 알리는 게 좋을까요. 많은 암 환자 가족들이 이 문제로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가급적 빨리 본인에게 에두르지 말고 ‘있는 그대로’ 알리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쉬쉬’ 한다고 해도 결국은 본인이 짐작하게 될 일이기 때문입니다.

평온한 어느 날 갑자기 맞닥뜨린 치명적인 암과 공격적으로 싸우든, 아니면 암과의 싸움을 포기하고 남은 생을 정리하든 ‘환자 본인의 결심’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국립암센터 윤영호 박사도 얼마 전 서울아산병원 등 11개 대학병원의 18세 이상 말기 암 환자 4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8.6%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본인에게 알려야 한다는 태도를 취했으며, 의사나 가족으로부터 암 말기라는 사실을 직접 들은 경우 그 이후 삶의 질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전반적으로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최악의 경우에도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낫다는 뜻입니다. 말기든, 초기든 암 진단 사실을 알리는 것은 환자로 하여금 치료에 적극 임하도록 할 뿐 아니라 소생 불능 상태에 빠져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과 같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본인의 의사를 반영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