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강사 처우 방관하면 안된다
입력 2010-05-28 17:42
광주의 한 사립대 시간강사가 교수 임용에서 탈락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년간 광주·전남 지역에서 시간강사를 한 서모씨는 유서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교수 채용과 논문 대필 등 대학의 고질적 비리를 꼭 밝혀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은 12년 전 전남 사립대에서 6000만원, 두 달 전 경기도 사립대에서 1억원에 교수직을 제의받았었다고 밝혔다. “교수 한 마리가 1억5000, 3억”이라고 한 40대 시간강사의 자조적 표현이 대학사회를 질타한다.
그는 또 논문 수십 편을 대필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학과 교수와 함께 쓴 논문이 25편, 함께 발굴한 논문이 20편이고, 교수의 제자를 위해 박사논문 1편, 석사논문 4편, 학술진흥재단 발표 논문 4편을 썼다는 것이다. 대학사회의 논문 표절과 복제는 널리 알려졌지만 서씨는 소문만 무성하던 논문 대필에 대해서도 폭로를 했다. 교수의 제자를 위해 석·박사 논문을 아예 대필해주었다는 것이다. 시간강사를 왜 ‘전임교수의 노예’라고 하는지 이해가 된다.
현재 전국 4년제 대학 전체 강의의 55%를 5만5000여명의 시간강사가 맡고 있다. 이들의 시간당 강의료는 평균 3만6400원으로 전임교수의 10∼20% 수준이다. 자살한 서씨는 매주 10시간 강의를 하며 한 달에 140만원가량을 받았다. 실질 소득이 아르바이트나 일용직 근로자들보다 적은 시간강사들에게 교수 채용 대가로 억대의 돈을 요구한 것은 파렴치의 극치다. 대학만 썩은 게 아닐 것이다. 교수 채용에 돈이 오간다는 말이 나온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실제로 적발된 대학도 있다. 교육 당국은 이를 방임하고 묵인했다. 만약 몰랐다면 스스로 무능함을 자백하는 일이다.
대학 교육의 절반을 책임진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현실은 교육의 품질로 연결된다. 교육 당국은 사학재단의 이익만 옹호할 게 아니라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에도 힘을 써야 한다. 수사 당국은 교수 채용과 논문 대필 비리를 전면적으로 수사해 대학사회의 그늘을 걷어내야 한다. 대학 당국도 금품 거래나 전근대적 사제 관계에 의한 교수 채용을 지양하고 실력 위주의 공정한 채용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