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공단 폐쇄 수순 밟나… 군사적 보장 철회는 사실상 준비 조치
입력 2010-05-27 21:46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를 향한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개성공단 위협 조치들도 잘게 쪼개 남측을 압박하는 ‘살라미(얇게 썰어 먹는 이탈리아 소시지)’ 전술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인민군 총참모부가 27일 남북 교류협력과 관련한 모든 군사적 보장 조치들을 전면 철회하겠다고 밝힌 것은 개성공단 폐쇄를 위한 사전준비 조치의 성격이 짙다.
개성공단의 육로통행 관련 차단 조치를 당장 실행에 옮기지 않고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것은 파급 효과가 큰 개성공단 폐쇄는 남측 태도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군사적 보장 조치들을 전면 철회하되 당장 행동에 옮기는 것과 남측의 반응에 따라 행동에 옮기는 것을 구분했다”고 말했다.
장성급 군사회담 북측 단장은 이미 전날 남측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재개할 경우 육로통행을 전면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남측이 심리전을 재개할 경우 개성공단 폐쇄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총참모부는 또 서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에 관한 남북 간 합의도 무효화했다. 남북이 2004년 6월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함정(함선) 간 불필요한 대치의 방지, 쌍방 선박의 조난 시 구조, 불법조업 중인 제3국 어선들의 통제를 목적으로 개설한 국제상선공통망을 폐기하겠다는 것이다.
총참모부는 남측 선박이 서해 해상분계선을 침범할 경우 “즉시적인 물리적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남북 선박 간 교신이 어려워져 서해 북방한계선(NLL) 수역에서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북한은 장기적으로 개성공단 폐쇄에 이어 NLL 무력시위, 3차 핵실험 등 강경 조치를 잇달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연구원 전성훈 선임연구위원은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분석 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대외적으로 강한 충격을 주기 위해 3차 핵실험을 할 수 있으며, 그 시기는 제8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끝나는 5월 말부터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11월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전 세계 재외공관을 통해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유럽 국가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 비동맹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설명을 들은 각국 정부가 우리 재외공관에 북한의 동향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 전문 인터넷 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은 25일 함경북도 통신원을 인용, “지난 23일 저녁 8시쯤 인민반별로 소집된 온성군 인민반 회의에서 인민반장들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남조선 괴뢰도당들의 황당한 도발로 6월 1∼4일에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내용의 회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