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민국 국회는 북한 기쁨조인가
입력 2010-05-27 18:04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캐나다 스페인 이탈리아 태국 뉴질랜드 콜롬비아 인도 동티모르 유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EU) 등등. 지금까지 북한 규탄성명을 발표한 국가 및 국제기구가 20여곳이다. 천안함을 폭침한 북한의 악질적인 폭력행위를 비난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과 60년 혈맹(血盟)인 미국이 가장 열성적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새벽 성명’ 발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한에 이어 미 하원은 북한을 규탄하고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가 결의안을 공동 발의해 그 의미가 배가됐다. 하워드 버먼 외교위원장은 새로운 다자·양자적 조치를 통해 북한의 호전성에 대응해야 한다는 내용의 별도성명을 내놨다. 북한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는 일련의 조처들이다.
우리 정치권으로 눈을 돌리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여야는 대북결의안 채택을 놓고 아직도 티격태격하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천안함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했으나 대북 결의안 채택에는 부정적이다. 천안함 파문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당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이렇게 한다고 민주당에 도움이 될까. 차라리 미국과 같이 제1야당으로서 여당과 대북결의안을 공동 발의하는 당당한 모습이 유권자들에게 믿음을 주지 않을까 싶다.
국회는 지난해 초 폭력사태로 세계적 망신을 산 바 있다. 이번에도 대북 규탄성명을 낸 국가들이 내심 우리 정치권을 조롱할 듯하다. 국제사회가 천안함 참사 조사결과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데 막상 공격당한 대한민국에서는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이 한목소리로 북한을 나무라지도 못하고 있으니 창피한 노릇이다. 범죄자 북한 김정일은 이러한 정치권을 보면서 흐뭇해할 듯하다. 천안함 ‘46용사’와 유가족들, 그리고 국민의 비통한 심정을 전혀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18대 국회는 헌정사상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