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랏돈으로 任地 땅 사들인 외교관
입력 2010-05-27 18:55
천안함 사태를 둘러싼 우리나라의 움직임 가운데 가장 돋보인 것이 외교력이다. 정부는 그동안 다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외교전을 펴 짧은 시간에 굳건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북한과 혈맹관계인 중국의 변화까지 이끌어 내는 단계에 이른 것은 그동안 갈고 닦아온 우리 외교의 승리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늘 미꾸라지 몇 마리가 물을 흐린다. 감사원이 16개 재외공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결과 영국과 멕시코, 키르기스스탄에 주재하는 공무원 3명이 나랏돈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등 공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들의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이들의 행태를 보면 나라의 임무를 받고 파견된 공무원인지 의심이 든다. 키르기스에서는 정부로부터 교부받은 관서운영비와 한글학교 운영비 중 25만8000달러를 빼내 현지의 아파트와 별장, 농지를 자신의 명의로 매입했다. 영국에서 일하는 공무원은 공금 7489파운드(약 1600만원)를 개인생활비로 사용했으며, 멕시코에 근무 중인 주재관은 관서운영비 700만원을 자택의 가구 구입에 썼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외교관은 나라의 사절이다. 각 부처에서 해외에 파견한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총성 없는 전쟁터인 국제무대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남다른 애국심과 품위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국민 세금을 거리낌없이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람은 공무원 자격이 없다. 돈 액수가 많고 적은 차원이 아니라 공복으로서 자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소속된 교과부와 문화부는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국가를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다른 공무원의 명예를 위해서도 그렇다. 더불어 특정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파견된 공무원들의 관리에 문제점이 드러난만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나랏돈으로 임지에서 개인 땅을 사는 파렴치한 공무원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