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 퇴임 기자간담회 “대통령 권한 분산 개헌 2010년 후반기 이뤄내야”
입력 2010-05-27 18:50
김형오 국회의장이 27일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임기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28일 국회에서 퇴임식을 갖고 689일간의 장정을 마무리한다. 얼마 전 중남미 순방 과정에서 감기에 걸려 몸 상태가 좋지 않고 목도 잠겨 있었으나 집무 기간 중 쌓인 문제의식이 많았던 듯 여러 소회를 한꺼번에 쏟아냈다.
김 의장은 스스로 ‘아홉 번의 위기’가 있었다고 꼽았다. 가장 힘들었던 일을 묻는 질문에 그는 “국민 모두의 국회에 대한 인식 자체를 본질적으로 회의에 빠지게 만들었던 미디어법 처리 과정”이라며 “무려 8개월간의 대치, 대결, 격동, 충돌 등 어떤 표현이 동원돼도 부족할 정도로 국회가 대화와 타협이란 본연의 임무와 완전히 멀어졌던 상황이었다”고 씁쓸하게 회상했다.
고비마다 의장 직권상정이라는 ‘총대’를 메야 했던 것이 큰 부담이었던 듯 제도의 폐지 필요성을 직설적으로 토로하기도 했다. 김 의장은 “여당은 다수당의 힘으로 직권상정을 밀어붙이려 하고 야당은 회색분자로 몰릴까봐 하나도 양보하지 않고, 모든 것을 의장이 직권상정 하도록 하는데 이런 3류적 제도는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정 감사에 대해서는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정감사를 하는데, 20여년간 진보는 하지 않고 퇴보만 했다”면서 “500개 가까운 공공기관을 불과 20일 동안 전 상임위가 몰아치기 식으로 감사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나”라고 반문했다.
특히 개헌에 대해 소신을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개헌을 하지 못할 시기는 없다. 올 후반기 6∼7개월에 개헌을 이뤄내야 한다”면서 “현행 5년 단임제만 아니면 어떤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식 대통령제를 도입하지 않은 채 임기만 8년으로 늘리는 4년 중임제로 바꾼다는 것은 8년 단임제를 하겠다는 것과 똑같은 말”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헌법상의 과다한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는 퇴임 이후 계획에 대해 “아시다시피 나는 이명박 정부의 탄생을 위해 온몸을 던졌던 사람이다. 야당 시절 원내대표를 하면서 한나라당 지지도를 현격히 상승시키는 데 일조했고 한나라당의 야당 10년 역사상 단상점거를 해서 유일하게 성공시켰다”면서 “물러나서도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28일 오전 11시 퇴임식을 갖지만 마지막까지 직무를 소화하는 차원에서 오후 5시 국회를 방문하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접견할 예정이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