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겁게 끝난 세계탁구 남북대결… 한국 낭자들, 단체전 3대0 완파
입력 2010-05-27 19:01
관중석에 한반도기가 없었다.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서 남북 단일팀으로 세계를 제패해 이후 많은 국제대회서 한반도기를 흔들며 함께 응원했던 탁구 관계자들이지만 이날은 예외였다.
관중석에 일방적인 한국 응원단의 함성만 울려퍼졌다.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응원단의 격려에 선수들은 이번 대회서 가장 좋은 경기를 펼쳤다. “어제 홍콩전에 이렇게 하지.”
현정화 감독은 전날 홍콩에 패한 아쉬움과 북한전의 선전을 한데 묶어 이렇게 말했다. 북한도 10여명의 응원단이 나왔지만 200여명 한국응원단의 함성에 묻혀버렸다.
한국여자탁구가 북한을 꺾었다. 3번시드의 한국에 비해 북한은 21번 시드로 기량과 경험상 애초부터 한국의 상대는 아니었다.
한국은 27일 모스크바 올림픽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2010 세계탁구선수권대회(단체전) 예선 C조 북한과의 5차전에서 김경아(대한항공), 박미영(삼성생명), 당예서(대한항공)가 3단식을 모두 이겨 3대 0으로 승리했다. 4승 1패로 홍콩에 이어 예선 2위를 마크한 한국은 추첨을 통해 다른 조 3위팀과 8강진출을 다투게 된다. 한국여자탁구가 북한과 겨룬 것은 지난 2006년 독일 세계선수권대회 5-6위전에서 3대1 로 승리한 뒤 4년만이다.
이날 경기는 천안함 사태이후 남북이 국제무대서 처음 맞붙은 운동경기였다. 전날 대표자회의서도 많은 국가들이 남북전에 관심을 기울였고 국내 모 스포츠 채널에서는 예정에도 없이 경기를 생중계했다. 대한탁구협회는 회장사인 대한항공 배구단 막대 풍선을 공수해 오는가 하면 협회장인 조양호 한진그룹회장도 응원석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전에 가담했다. 모스크바주재 한국대사관 대사관 직원들이 처음 경기장에 응원을 나왔고 태극기 100여개를 응원단에 전달했다. 경기도 전체 6면의 코트 중 3번 센터코트에 배정됐다.
경기는 초반부터 쉽게 풀렸다. 1단식에 나선 맏언니 김경아(33)는 수비전문선수답게 북한 한혜성의 공격을 쉽게 받아넘겼다. 오히려 긴장한 선수들은 북한선수쪽이었다. 한혜성이 초반부터 공격미스 5개나 저지른데 힘입어 1세트를 11-6으로 가져온 김경아는 2세트 강공으로 나선 한혜성의 공세에 밀려 6-11로 내줬다. 3세트에서 10-10, 듀스로 가는 위기는 있었지만 경험많은 김경아가 2점을 먼저 빼앗았다. 4세트를 가져온 김경아가 3대1로 승리하자 2단식에 나선 박미영이 힘을 냈다.
북한의 에이스 김정을 맞아 11-3, 11-8, 11-5로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고 3단식의 중국귀화선수 당예서도 북한의 김혜성을 3대 0(11-3, 11-4, 11-6)으로 짓눌러 버렸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