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실속… 게임업계 M&A 경쟁

입력 2010-05-27 18:57


온라인게임 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자금력이 있는 메이저 업체들이 ‘알짜’로 평가되는 중소 게임 개발사를 사들여 몸집과 내실을 키우는 형태다. 올해 들어 매출액 상위 5개사 가운데 4곳이 1건 이상의 M&A를 성사시켰다.

가장 열심인 곳은 업계 1위 넥슨이다. 넥슨은 이달 초 엔도어즈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26일엔 게임하이의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29.3%를 732억원에 인수했다. 엔도어즈는 2008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최우수상을 받은 다중접속 롤플레잉게임(MMORPG) ‘아틀란티카’를, 게임하이는 최고 인기 총싸움게임(FPS) ‘서든어택’을 개발한 회사다. 2008년 액션 RPG ‘던전앤파이터’의 개발사 네오플을 인수해 대박을 터트렸던 넥슨은 잇단 M&A로 올해 연매출 1조원 달성을 노리고 있다.

3위 엔씨소프트는 최근 캐주얼 RPG ‘펀치몬스터’를 만든 넥스트플레이를, 4위 네오위즈게임즈는 MMORPG ‘세븐소울즈’로 유명한 씨알스페이스를 인수했다. 5위 CJ인터넷도 지난 2월 ‘알투비트 온라인’을 개발한 씨드나인엔터테인먼트를 사들였다.

2위 NHN 한게임 역시 기회가 닿는 대로 M&A 대열에 동참할 태세다. 정욱 한게임 대표대행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퍼블리싱(게임 유통) 명가로 거듭나기 위해 개발사 인수도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과 퍼블리싱을 겸하는 메이저 업체로서는 자체 개발에만 치중하는 것보다 외부의 뛰어난 게임과 개발인력을 통째로 사오는 게 경제적이다.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했다가 혹시라도 흥행에 실패하는 위험 부담을 안는 것보다 이미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을 사들이는 것이 훨씬 안전하기 때문이다.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나가야 하는 메이저 업체 입장에선 M&A가 외형을 불리면서 다양한 콘텐츠와 개발역량을 확보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리니지’와 같은 MMORPG에 강한 엔씨소프트는 캐주얼 게임 분야를 키울 생각으로 넥스트플레이를 인수했다. 또 캐주얼 게임에 강점을 가진 네오위즈게임즈는 씨알스페이스 인수로 MMORPG 부문 강화를 꾀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다.

게임 업계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는 것도 M&A를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빅5 기업들의 실적은 고공 행진했지만 중상위권 이하 업체들은 성장률이 낮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빅5를 제외한 거의 모든 개발사가 M&A 대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며 “새로운 게임을 개발할 여력이 없는 중소 업체들은 M&A되려고 적극 나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형사와 중소업체의 필요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업계에선 M&A 열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