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요동치는데… 은행들은 好好

입력 2010-05-27 21:59


최근 유럽 재정위기와 천안함 사태 등 악재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은행들의 환전 수익도 덩달아 크게 늘어났다. 그만큼 고객들이 외화를 환전하는 데 지불한 비용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이는 현재 은행의 환전 수수료가 일정비율로 정해져 있어 환율이 상승할수록 은행의 수수료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이 현재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돼 있는 환전 수수료율을 환율 변동 상황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최근 폭등하면서 시중은행의 현찰 매입액과 매도액 격차가 달러당 40원 넘게 벌어졌다.

외환은행이 이날 오후 3시 고시한 원·달러 매매기준액은 1224.0원으로 현찰 매입액과 매도액의 격차는 42.84원이었다. 이달 첫 외환거래가 시작된 지난 3일 최초 고시환율에서 미국 달러의 현찰 매입액과 매도액의 차이가 38.78원인 것과 비교하면 4.06원 늘었다. 원·달러 매매기준액이 1275원이었던 지난 25일 59회차 고시와 비교하면 이 격차는 5.84원으로 벌어진다.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도 이와 비슷한 규모의 수수료 격차가 발생했다.

가령 수입업체가 대금 결제를 위해 1만 달러를 샀다고 하면 환율 상승에 따른 166만5000원의 추가 비용뿐만 아니라 3만원의 수수료 부담이 추가된다. 하루 평균 은행창구에서 외화 현찰이 거래되는 금액이 1억 달러 남짓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환전 수수료 상승에 따른 고객들의 금융비용이 3억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은행들이 환전 수수료율을 1.75%로 일괄 책정, 환율이 상승할수록 수익이 늘어나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 종가가 달러당 1224원인 것을 감안하면 은행의 환전 수입은 달러당 최대 21.42원이다.

은행 관계자는 “환율 변동이 심할 경우 환차손을 입을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환전 수수료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들이 환율 변동에 따라 수시로 매매기준액을 바꿔 고시하는 만큼 환차손의 위험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일중 환율 변동폭이 연중 최고를 기록한 지난 25일 외환은행은 모두 89차례 매매기준금액을 바꿔 고시했다. 하루 평균 20∼30회 환율을 고시한 것과 비교하면 3배가 넘었다. 그만큼 매매기준금액을 수시로 변경, 환차손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데도 환전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한편 금융시장이 오랜만에 안정세를 되찾았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6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5.38포인트(1.60%) 오른 1607.50으로 사흘 만에 160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지수도 10.32포인트(2.23%) 오른 473.32로 거래를 마쳤다. 닛케이지수(1.23%), 대만 가권지수(1.06%)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상승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