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글로벌 시장 흐름에… 투기자금도 헷갈리는 행보

입력 2010-05-27 18:49


돈은 시장의 기대심리를 뒤쫓기 마련이다. 투기적 수요가 몰리는 국제 원유·원자재시장에선 더욱 그렇다. 실제로 남유럽과 한반도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이들 시장에선 ‘사자’보다 ‘팔자’ 주문이 부쩍 늘었다. 다만 향후 경기 재침체보다는 회복세 전환을 노리는 투자심리가 강했다.

◇원자재시장을 통해 본 시장 심리=글로벌 경기 추세가 ‘시계(視界) 제로’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투기자금도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를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장은 국제 원유시장이다.

2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2.76달러 급등한 71.5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달 초 90달러대에 육박했던 WTI 선물가격은 남유럽 재정위기 확산과 한반도 리스크 고조에 지난 25일 7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가 하루 만에 다시 회복한 것이다.

원유 선물가격은 세계 석유제품 수요와 공급 전망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이 전망을 움직이는 건 바로 시장의 기대심리다. 원유시장의 기대심리는 비상업 거래자(투기적 가수요)의 매수·매도 포지션에 반영된다. 지난 18일 WTI에 대한 비상업 거래자의 매도물량(Short Position)은 14만6241계약(1계약=원유 1000배럴)으로 전주보다 2만5285건 늘었다. 매수물량(Long Position)은 같은 기간 9889건 줄어드는 데 그친 28만1094계약으로 매도보다 우세를 보였다.

그리스 등 남유럽발 시장 불안이 반영되긴 했지만 투기자금은 여전히 회복세에 돈을 걸고 있는 셈이다.

다른 시장도 마찬가지다. 금융시장 불안을 피하려는 소극적 투자자의 쏠림 현상으로 안전 자산인 금값이 온스당 1210달러를 넘어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구리값도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리는 실물경제 회복세가 직접 반영되는 품목으로 지난달 t당 7961달러까지 치솟은 후 경기 우려감에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시장, 장기 회복 기대감 자리잡아”=원자재시장 전문가들도 최근 잇단 악재로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지만 장기 회복추세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연구분석부장은 “‘팔자’ 주문이 늘긴 했지만 (원자재시장에서)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시각이 강한 편”이라며 “단기 불안에도 순매수가 크게 줄지 않는 것은 이를 증명한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연구위원도 “투기적 거래도 있지만 지난 3, 4월 경기회복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과 수요회복에 대한 착시효과 등으로 유가가 너무 오른 것을 우려한 ‘팔자’ 주문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상수 연구위원은 “투기적 수요는 악재에 즉각 반응하고, 호재에 원상회복하는 등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며 “원자재가격은 상승 시 부정적 영향이 크고, 하락 시 긍정적 영향이 미약한 점을 고려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