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콘 미스터리, 中 전자제품 공장 근로자 또 투신… 넉달간 10명 자살 파문
입력 2010-05-27 21:56
잇단 투신자살이 발생하고 있는 팍스콘(富士康科技集團)의 중국 선전 공장에서 26일과 27일 또다시 근로자 2명이 투신했다. 특히 팍스콘 모기업인 대만 재벌 훙하이그룹(鴻海科技集團) 창업주 궈타이밍(郭台銘) 이사장이 현장을 방문, 직원들을 다독인 직후 발생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선전시 공안당국에 따르면 허(賀)모씨(23)는 26일 밤 11시쯤 공장 숙소 7층 베란다에서 투신해 숨졌다. 허씨는 지난해 6월 입사했으며 간쑤성(甘肅省) 출신이다. 이어 27일 오전에도 여자 근로자가 투신해 병원에 후송됐으나 위독하다고 대만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로써 지난 1월 23일 이후 4개월여 동안 팍스콘 선전 공장에서만 근로자 12명이 투신해 10명이 사망했다.
앞서 궈타이밍 이사장은 26일 오후 대만·홍콩·중국·외국인 기자 약 300명과 함께 현지 공장을 방문해 공개 사과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진지하고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로 모든 사회, 모든 대중, 우리의 모든 근로자와 그들의 가족들에게 최고의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24시간 핫라인 운영, 문제 있는 동료 신고 때 포상제, 심리치료 전문가 2000명 모집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선전시 당국은 진상조사와 재발방지책 마련에 본격 나섰다. 공안당국은 근로자들의 추가 투신자살을 막기 위해 현지 공장에 공안요원 300명과 심리상담 요원들을 급파했다. 노동 당국도 근로자들의 초과근무 등 노동조건이 연쇄 투신자살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집중 조사 중이다. 애플, 휴렛팩커드 등 팍스콘 선전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적 기업들도 이 문제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자체 조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투신한 근로자들은 ‘파링허우’(80년대생)와 ‘주링허우’(90년대생)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근로자)들로 모두 25세 미만이다. 이들의 투신자살은 오버타임으로 인한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낮은 임금 등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엄격한 규율과 함께 보안요원들에 의한 일부 구타가 원인이라는 얘기도 있다.
◇팍스콘=1974년 대만에 창립된 다국적 기업집단이다. 주문자상표 부착 생산으로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 생산업체다. 애플사의 아이폰, 휴렛팩커드의 컴퓨터, 모토로라의 휴대전화, 닌텐도의 게임기 등을 생산한다. 2007년에 포천 100대 기업으로 선정된 팍스콘은 1988년 선전에 공장을 설립했으며 현재 42만여명의 종업원들이 일하고 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