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노동당수 경선 흑인여성의원 돌풍
입력 2010-05-27 19:27
영국 노동당 당수 경선이 흑인 여성의원의 출마로 술렁이고 있다.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고든 브라운 총리가 사퇴하면서 공석이 된 노동당 당수 자리에 영국의 첫 흑인 여성 하원의원인 다이안 애보트(56)가 처음으로 당수직 경선에 나섰다. 애보트는 지난주 출마를 선언, 그동안 유력시되고 있던 밀리밴드 형제의 대결에 뛰어들게 돼 경선 흥행을 예고한 상황이다.
정치전문 웹사이트인 폴리틱스홈이 노동당수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애보트는 지지율 19%로 데이비드-에드 밀리밴드 형제 등 막강한 후보들을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고 데일리메일 등 영국 현지 언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동당 차기 당수로 유력했던 데이비드 밀리밴드 전 외교장관은 지지율 18%, 그의 동생 에드 밀리밴드 전 에너지기후변화 장관은 12%를 기록했다.
노동당은 총선에 패배하면서 13년 만에 보수당-자유민주당 연립정부에 정권을 내주는 치욕을 겪고 있다. 참신한 인물에 의한 혁신적인 당의 활로 모색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경선이 남성 의원들의 잔치가 될 거라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애보트 의원의 출마로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노동당 경선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훨씬 높아졌다. BBC방송에 따르면 애보트는 흑인들이 거주하는 런던 북쪽 해크니 지역 출신으로 직설적인 화법과 적극적인 사회활동으로 유명하다. 여권신장과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주도했다. 노동당 내 지지기반이 약하다는 게 약점이다. 당수직 도전에 필요한 의원 33명의 추천을 완료하지 못했고 최근 노동당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9%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반면 데이비드 밀리밴드 전 장관은 31%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고 에드 밀리밴드 의원도 18%로 뒤를 이었다. 현지 언론은 경선 출마를 선언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이라며 당내 지지기반도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노동당 당수는 하원의원과 유럽의회 의원, 당원, 노동조합 구성원 등의 투표로 결정된다. 투표는 8월 16일부터 9월 22일까지 실시되며 결과는 9월 25일 맨체스터 전당대회 첫날 발표된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