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집으로 위장한 ‘짝퉁 공장’… 800억대 가짜 명품이 쏟아졌다
입력 2010-05-27 21:37
수도권 일대 막다른 골목에 ‘짝퉁’(모조품)을 만드는 집 6채가 있었다. 상표를 찍을 수 있는 장비와 재봉틀, 재단기를 갖추고 공장으로 개조한 집들이었다.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명품 루이비통과 샤넬을 정교하게 흉내낸 가방, 지갑 2만1500여점이 이들 집에서 쏟아져 나왔다. 진품 가격으로 865억원어치다.
가짜 루이비통 제품(사진)은 7명을 거느린 문모(47)씨가 서울 강서·구로구에서 만들었다. 샤넬 상표는 한모(49)씨를 비롯한 12명이 경기도 남양주·포천·가평에서 베꼈다. 저마다 가방 만드는 일에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었다. 유통업자 정모(51)씨는 이들에게서 물건을 넘겨받아 시중 상인들에게 팔았다. 가짜 명품은 서울 동대문·남대문·이태원에서 전국으로 팔려 나갔다. 진품이라면 400만∼600만원을 줘야 살 수 있는 물건들이 개당 15만∼20만원에 팔렸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사 갔다. 일본인 여성이 많았다. 보따리장수 ‘오 사장’이라는 남자는 정씨에게서 산 물건을 일본에 가져가서 팔았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7일 상표법 위반 혐의로 문씨와 정씨, 공장장 윤모(45)씨를 구속하고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한씨는 도망쳤고, ‘오 사장’은 신원과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루이비통 일당의 총책 문씨는 지난해 4월에도 모조품을 만들다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불구속 상태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문씨는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종적을 감췄었다. 샤넬 일당 한씨도 같은 범행을 되풀이했다. 한씨는 지난해 같은 죄로 재판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공장으로 쓴 집은 인적이 드문 주택가 맨 안쪽에 있는 데다 겉보기에 영락없는 가정집이어서 이웃들도 눈치 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2월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서울 독산동 주택가에서 가짜 명품 500여점(진품 기준 20여억원 상당)을 만들어 판 김모(41)씨 등 6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