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北 화폐개혁 실패로 평양서 시위”

입력 2010-05-27 18:52

북한 주민들이 화폐개혁 실패로 시위를 벌이고, 식량을 구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등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에서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언론인과 시위자가 체포되는 등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국제앰네스티는 27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10 국제앰네스티 연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생존위기 느끼는 북한=앰네스티는 북한의 경제적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당국의 허술한 경제관리, 국제원조 감소 등이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그로 인해 북한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900여만명이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중국으로의 탈출을 시도한 사람도 수천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수많은 탈북자들이 강제 소환돼 고문을 당했다고 앰네스티는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단행된 화폐개혁 이후 평양시내에서 시위가 발생한 사실도 확인했다. 북한 정부는 시위 후 화폐 교환율을 약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연좌제에 따른 강제 실종, 공개처형 등이 발생하고 있지만 북한 정부는 인권 감시를 위한 조사단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다고 앰네스티는 지적했다.

◇거꾸로 가는 한국 인권=보고서는 한국 내에서 표현과 집회의 자유가 과도한 경찰력 사용 등으로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앰네스티는 불법 시위 가능성만으로 서울광장 등 집회 장소를 경찰 버스로 둘러싸 시민의 접근을 차단한 점,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를 비판한 도올 김용옥 교수가 고발되고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경찰이 조사를 벌이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앰네스티는 ‘미네르바’로 알려진 박대성씨가 국내 경기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이유로 체포된 일, 민주노동당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전교조 교사를 대량 파면키로 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편집권 독립을 요구한 YTN 기자 4명이 체포되고, 미국산 쇠고기 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민 1258명이 기소된 사건에 대해서도 염려했다.

또 고용허가제가 고용주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해 이주노동자들이 불공정한 해고, 성적 착취, 강요된 연장근무 등에 더욱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강대국의 이중적 태도도 문제=전 세계 인권 상황은 괄목할 만한 발전이 있었지만 강대국들의 이중적인 태도로 사법정의 실현이 위축되고 있다고 앰네스티는 말했다. 강대국들이 국제법을 교묘히 이용, 동맹국에 대한 조사를 차단하고 정치적으로 쓸모 있을 때만 책무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앰네스티는 식량과 에너지 위기, 금융 위기 등의 결과로 수많은 사람이 빈곤한 상황에 처했다고 밝혔다. 또 이 같은 위기는 다국적 기업들이 부패한 정부와 손 잡으면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크라우디 오 코르돈 임시 사무총장은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이 이익 추구보다 정의 실현을 우선하지 않는다면 인류가 두려움과 결핍으로부터 자유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