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당 따라 몰아찍는 줄투표냐? 인물 골라 지그재그냐?

입력 2010-05-27 21:41

서울에 거주하는 주부 박모(59)씨는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까지 구청장 후보로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했다. 서울시장 후보는 결정했지만 같은 당 소속 구청장 후보는 정치 신인인 데다 경력도 일천해 선뜻 마음이 가질 않는다. 과거 투표 때는 시장 후보를 정하면 구청장 후보와 기초의원까지 모두 같은 당 후보를 찍었지만 이번에는 선거 공보물이 집에 도착하면 현역 구청장 출신 무소속 후보 등을 비교해본 뒤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이렇듯 유권자들은 6·2 지방선거에서 당과 상관없이 인물을 보고 뽑는 ‘지그재그 투표(분리 투표)’를 할지 아니면 같은 당 후보를 줄줄이 찍어주는 ‘줄투표’를 할지 망설이고 있다.

지금까지 역대 선거는 1-1-1-1, 또는 2-2-2-2를 찍는 식으로 같은 당에 몰아주는 줄투표 경향이 강했다. 2006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당선되면서 한나라당은 25개 구청장을 싹쓸이했다. 경기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의 당선과 더불어 한나라당은 경기도 기초단체장 31곳 중 27곳을 가져갔다. 2002년에도 한나라당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가 민주당 김민석 후보를 꺾을 때 한나라당은 22개 구청장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양상이다. 무엇보다 야권연대를 통해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기호가 제각각이 되면서 야당 줄투표 자체가 어렵게 된 상황이다. 경기도의 경우 야4당 단일후보로 나선 유시민 후보는 기호 8번, 역시 야권 단일 후보인 김두관 경남지사 후보는 무소속이라 기호가 7번이다. 유권자들이 자연스럽게 기초단체장 후보에 대해 고민을 하고 찍게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김민석 선대본부장은 “과거에는 싹쓸이 현상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며 “유권자들이 기초의원의 가, 나 기호까지 구분할 정도로 달라졌다”고 말했다.

또 수도권의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판세가 다르게 나타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각 당 주장과 여론조사 등을 종합해보면 한나라당은 서울 25곳 중 10곳, 경기는 31곳 중 11∼13곳, 인천은 10곳 중 4곳 정도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3곳의 한나라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이며 2위 후보를 앞서고 있는 상황과 비교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광역단체장의 경우 현역 프리미엄 등으로 여권 후보가 앞서 있는 것과 달리 기초단체장은 정권견제론을 업고 야당 후보에 투표하는 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 막판, 천안함 침몰사태로 보수층 유권자들의 결집 현상이 나타나면서 줄투표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권영세 한나라당 서울시당위원장은 “점점 선거 분위기가 잡히고 여당 지지층이 결집되면서 과거만큼은 아니더라도 줄투표에 가까운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했다. 또 선거용지 8장에 일일이 투표해야 한다는 점에서 20대 젊은 유권자나 60대 이상 노년층에서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줄투표를 할 가능성도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